내용요약 3차 반도체투자기금, 1·2차 합친 규모...주요국 반도체 지원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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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64조원(3440억위안)이 넘는 사상 최대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해 '반도체 자립'에 총력을 기울인다.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 자국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는 프로젝트 '중국 제조 2025'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아직 기술력에서 앞서고 있는 한국은 23일 '26조 반도체 지원금'을 발표하며 중국과의 거리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중국이 64조원(3440억위안)이 넘는 사상 최대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해 '반도체 자립'에 총력을 기울인다.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 자국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는 프로젝트 '중국 제조 2025'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한국은 최근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패키지를 발표하며 중국과의 격차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주요 외신은 2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3440억위안(64조원) 규모의 3차 펀드(국가직접회로 산업 투자펀드)를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은 2015년 하이테크 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 제조 2025'를 출범시키며 두차례 기금을 조성했다. 2014년 조성한 1차펀드는 26조원으로 반도체 생산에 투자했고, 2019년 2차펀드는 38조원 규모로 소재·부품·장비에 사용했다. 이번 3차 펀드 규모는 1, 2차 펀드를 합친 액수를 웃돈다. 지난 10년간 반도체 산업의 약한 고리를 강화시키는데 주력했다면 3차 펀드는 '반도체 공급망' 육성에 쏟아부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이 반도체 육성에 국가 자원을 총동원하는 것은 미국이 한국, 네덜란드, 독일 등 동맹국들에 중국의 반도체 접근 제한을 촉구하면서 반도체 자체 공급망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남정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중 정책으로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이 막히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한 걸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통해 미국의 대중 압박 난국을 돌파하려 함에 따라 2015년 10~30% 였던 반도체 자급률을 '중국 제조 2025' 목표대로 내년까지 70%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촉각이 모아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월 발표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출입 구조 및 글로벌 위상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 메모리 반도체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27.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이후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는 설계, 생산, 패키징, 설비까지 모두 비약할 정도로 성장했다. 설계는 화웨이, 생산은 SMIC, 패키징은 JCET 같이 굵직한 기업들이 각 부문을 도맡고 있으며 SMIC의 경우 처음으로 파운드리 매출 3위 자리에 오르며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다가섰다.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는 설비 부문에 올해 1분기 64억달러(9조원)를 투자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90% 확대된 금액이다.

핵심기술 분야가 부족하긴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는 간과할수 없는 속도로 성장 중이다. 중국 기업의 기술 개발 능력이 투자 규모만큼 따라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따라갈 경우 중국 특유의 불공정 경쟁으로 한국 반도체 사업에 위협이 된다.

보조금을 통해 반도체 패권을 노리는 나라가 중국만은 아니다. 세계 각국이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첨단 반도체 경쟁에서 우의를 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지원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72조, 유럽연합은 민간 자금 투자금 포함 63조, 일본은 34조의 지원금을 유치했다. 대만은 중국의 위협 속에서 자국을 지켜줄 수 있는 '실리콘 방패'인 TSMC에 15조의 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했다.

한국 정부도 최근 '26조원 반도체 지원패키지'로 세제혜택 등의 금융 지원, 인프라 투자, 연구개발 등으로 반도체 산업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밝혔다. 5년간 국내 반도체 산업 제품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국내 반도체 제조 기반 및 생태계 강화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온 것에 정부가 대답한 것이다. 직접적으로 현금을 투입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반도체 분야에 초점을 맞춰 대규모 정책프로그램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원은 다른 나라와 달리 '직접 지원금'이 아닌 '간접 지원금' 형태라 그 효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남 위원은 "다른 나라의 경우 직접 보조금, 투자 형태로 기업을 지원한다. 이번 보조금 패키지는 회사의 이익에 대한 세금 감면 형태라 기업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직접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국가마다 산업 여건이 달라서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흥종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특임교수는 "이번 대책은 전반적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한국은 메모리쪽은 괜찮은데 팹리스 쪽으로는 대책이 필요하다. 유럽, 일본, 미국처럼 반도체 제조(파운드리) 부분을 끌여오기보다는 펩리스에서의 R&D 등에 공격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위원은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상승이 한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이 한국과 거리를 좁히고는 있지만 매출 상승이나 투자규모로 산업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매출 상승이나 투자규모 만으로 중국이 한국을 따라붙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력은 한국이 우세하다. 국제 정세가 안정화 되면 한국이 기술로 반도체 산업 리더십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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