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시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AMG가 ‘고성능 패밀리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일반적으로 ‘고성능차’는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뛰어난 가속력으로 운전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를 말한다. 반면 ‘패밀리카’는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넓은 공간감 및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추고 탑승자 모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각각이 정반대의 특징을 지녀 자동차와 운전을 좋아하는 ‘아빠’들 사이에서는 운전의 재미와 가족의 편안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차를 찾다가 포기했다는 후기가 쏟아졌지만, 벤츠 AMG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벤츠의 안정성과 AMG의 역동성이 조화를 이뤄 탄생한 ‘AMG GLB 35’와 ‘AMG GLC 43’이 바로 그 정답이다. GLB 35는 콤팩트한 사이즈에 뛰어난 주행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갖췄고, GLC 43은 클래식한 느낌에 강력한 주행성능과 넓은 공간까지 선사한다. 두 차량의 주행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7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AMG 스피드웨이를 찾았다. 시승은 대한민국 대표 모터스포츠 대회 오네 슈퍼레이스 등이 열리는 실제 서킷의 일부 구간에서 이뤄졌다.
◆ AMG GLC 43, 클래식 디자인에 숨겨진 폭발적인 주행성능
‘SUV가 서킷을 달릴 수 있을까?’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BMW 드라이빙 센터 등의 서킷에서 여러 고성능차를 주행해 봤지만 SUV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주행했던 고성능차는 바닥과 시트가 노면과 가까워 노면의 상태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빠른 속도로 레코드 라인을 따라 주행해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면에 높게 떠 있는 SUV로 경사로와 곡선주로로 악명높은 AMG 스피드웨이 서킷을 주행한다는 말에 ‘무슨 자신감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자 클래식한 디자인에 감춰졌던 폭발적인 주행성능이 그대로 드러났다. 직선주로에서의 순간 가속력도 뛰어났고, 곡선주로에서는 빠른 속도와 안정적인 주행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었다. 급격하게 경사가 시작되는 곳에서도 엄청난 추진력이 발휘돼 경사로라는 걸 체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일반적인 SUV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주행성능과 질감이 느껴졌다.
GLC 43에는 2.0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M139)과 AMG 스피드 시프트 MCT 9단 변속기가 탑재돼 최고 출력 421ps, 최대 토크 51kgf·m, 제로백 4.8초의 성능을 발휘한다. M139 엔진은 ‘원 맨 원 엔진’의 원칙에 따라 한 명의 숙련된 엔지니어가 하나의 엔진을 전담해 제작하고, 지난 2019년부터 A 45, CLA 45, GLA 45 등에 탑재돼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또 변속기의 MCT는 Multi Clutch Transmission의 약자로 여러 클러치를 사용해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을 가능하게 한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플러스(Sports +)’로 바꾸자 다소 무게감이 느껴졌던 스티어링 휠이 속도를 낼 준비를 마친 듯 한층 가벼워졌다. GLC 43에는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탑재돼 주행모드 등에 따라 댐핑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스포티 하면서도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다. 주행모드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Comfort, 역동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Sport, Sport+ 등으로 다양했다. 차량에 장착된 광폭 타이어는 역동적인 주행 시 안정감과 승차감을 높여줬다.
주행을 마치고 차에서 내리자 벤츠의 클래식함과 AMG의 강렬함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면에는 AMG의 시그니처인 세로 그릴을 중심으로 양쪽에 대형 공기 흡입구와 아래쪽의 크롬 가니쉬가 고성능차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또 후면에는 2개의 트윈 배기구가 탑재돼 스포티함을 배가시킨다. 모터스포츠의 느낌이 물씬 나는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AMG 스티어링 휠 버튼’으로 운전자가 휠에서 다양한 기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작할 수 있어 몰입도 높은 주행을 선사한다.
GLC 43 운전자들은 한 마디로 ‘망설이는 순간 다른 사람이 사는 차’라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다른 고성능차 대비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GLC 43에는 48V 전기 시스템이 결합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복합연비 8.5km/L를 구현한다. 또 공간이 넓고 공간 활용도가 좋아 4인 가족이 타기에 불편함이 없는 것도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가격은 9960만원부터다.
◆ GLB 35, 컴팩트한 사이즈에 담은 뛰어난 효율성과 주행성능
‘고성능차 입문용으로 사고 싶은데?’ GLB 35 차량을 보자마자 타보고 괜찮으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체가 컴팩트한 사이즈라 일상에서 부담없이 탈 수 있을 것 같았고, 여기에 서킷에서 마음껏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주행성능까지 뛰어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 다른 시승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자 기대 이상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차체 사이즈 덕분에 빠른 속도로 레코드 라인을 따라 요리조리 운전하면서 고성능차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GLB 35에는 2.0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M260)과 AMG 스피드 시프트 DCT 8단 변속기가 탑재돼 최고 출력 306마력, 최대 토크 40.8kgf·m, 제로백 5.5초의 성능을 발휘한다. 또 주행시 발생하는 강력한 사운드와 정지 상태에서 최대 가속을 보장하는 레이스 스타트 기능은 잠재된 레이서의 DNA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GLB 35에는 2세대 벨트 구동식 스타터 제너레이터와 48V 전기 시스템이 결합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해당 제너레이터는 시동을 걸 때 최대 10kW의 힘을 추가로 제공해 엔진 출력을 향상시킨다. 덕분에 복합연비 9.5km/L로 고성능차임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GLB 35는 넓은 공간감이 특징이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570L로,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805L까지 확장할 수 있다. 외부에서 볼 때는 패밀리카로 타기에 다소 작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1열과 2열을 포함해 트렁크 공간까지 넓었다. 특히 2열 레그룸과 헤드룸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장거리 탑승시에도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가격은 7710만원이다.
박시하 기자 seeh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