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0.38% 상승에 그쳐..."구체적인 AI 서비스 언급 없었다"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인공지능(AI) 트렌드에 뒤쳐지던 애플이 온라인 출시행사인 '렛 루즈(Let Loose)'를 열고 태블릿PC인 AI 아이패드를 공개했다. 외신이 하루 앞서 애플의 자체 AI칩 개발 소식을 보도하고, 팀 쿡 애플 CEO도 신제품 스펙을 자신했지만 업계는 애플의 반격을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다.
애플은 7일(현지시간) 1년 6개월만의 공백기를 깨고 신형 아이패드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번 아이패드 시리즈는 최신 칩 탑재, 가벼운 무게와 얇은 두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용을 특징으로 한다.
아이패드 프로는 11인치와 13인치 두 가지 크기로 나왔다. 11인치는 5.3mm, 13인치는 5.1mm 두께로 역대 가장 얇은 제품이다. 가장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의 S9의 경우 11인치 모델이 5.9mm 두께다. 프로의 11인치 무게는 450g 미만이며, 13인치는 이전보다 100g 이상 가벼워졌다.
11인치와 13인치 프로 모두 OLED 스펙이다. 애플이 아이폰과 애플워치 이외의 제품에서 OLED 화면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OLED를 이용한 '울트라 레티나 XDR'(Ultra Retina XDR)를 사용했음을 밝히며 "세상에서 가장 앞선 디스플레이로 한층 탁원할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프로에는 AI에 특화된 애플의 최신 칩 'M4'가 탑재됐다. 애플에 따르면 M4는 애플의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열어줄 상징적인 제품이다. M4에는 AI 기계 학습을 가속하기 위한 애플의 가장 빠른 뉴럴 엔진이 들어있다. 이 뉴럴 엔진은 초당 38조 회에 달하는 연산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고, 애플의 A11 바이오닉 칩에 처음 탑재됐던 뉴럴 엔진 대비 속도는 60배 더 빠르다.
팀 밀레 애플 아키텍처 담당 부사장은 "뉴럴 엔진과 M4는 오늘날 어떤 AI PC의 신경망처리장치(NPU)보다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아이패드 에어는 11인치와 13인치로 출시되며 모두 M2칩에 LCD화면으로 제공된다. 다만 중앙처리장치(CPU)의 기계학습(ML) 가속기와 강력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결합해 획기적인 AI 성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팀 쿡은 "오늘은 아이패드 출시 후 가장 중요한 날"이라며 자신만만 했지만 주가는 0.38% 상승에 그쳤다. 테슬라가 1분기 실적 부진에도 설득력 있는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최고 16% 주가 상승을 꾀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시장의 관심은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보단 아이패드에 탑재될 AI 서비스에 쏠려있었는데, 구체적인 AI 서비스 언급은 없었다는 반응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은 "시장은 M4가 뭔지도 잘 모른다. M4로 속도가 빨라졌음을 강조할 게 아니라, 빨라진 속도로 어떤 생산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언급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팀 쿡이 그에 대해 내달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더 많은 소식을 전하겠다 했는데, 시장은 그 때도 별 소식 없는거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렛 루즈를 통해 아이패드를 선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아이패드는 운명의 기로를 맞고 있다. 아이패드는 퍼스널컴퓨터보다도 작으면서 스마트폰 중형 사이즈다. 스마트폰이 더 발전할 경우 포지션이 애매하다. 그래서 6월과는 별도로 발표했다는 시각, AI로의 변신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시각, 아이패드 선 출시로 시장 반응을 먼저 살피고 싶었다는 시각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무기는 하나 더 있다. 렛 루즈에 하루 앞서 외신은 애플이 데이터센터 서버용 칩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애플이 몇 해 전부터 ‘ACDC’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애플이 데이터서버용 칩을 설계하고 대만 TSMC가 생산을 맡는 형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IT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를 한 건물 안에 모은 시설로 IT 기업의 필수 인프라다. 이 데이터센터에는 서버용 칩이 필요한데, 이 칩은 엔비디아의 GPU가 독점중이다. 이에 대형 IT 기업들 모두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생산망 구축을 노력해왔다. 이미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는 어느 정도 자체 칩으로 실행되는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애플이 엔비디아보다 나은 성능이 나은 칩을 개발한다면 반격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AI 모델의 훈련·추론 중 추론용에서 부터 홀로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칩의 경우 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애플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조직인 애플실리콘을 통해 프로세서를 자체 설계해 과거 인텔 CPU와 삼성 모바일 AP를 성공적으로 대체한 경험이 있다. 추론용 칩 개발에 성공해 시장을 점유한다면 확실한 뒷심을 보여줄 수 있다.
애플은 다음달 10일 연례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열고 전반적인 AI 비전을 드러낸다. AI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WWDC를 계기로 주가가 회복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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