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우리나라, 세계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 진입
'초고령사회' 일본, 대상속시대 전환 관련 금융 상품·서비스 확대 활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7년 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6년 초고령사회로 전환한 일본 금융시장은 우리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7년 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6년 초고령사회로 전환한 일본 금융시장은 우리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97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했다.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경우는 고령화사회, 14% 이상인 경우엔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나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7년 후인 2025년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OECD 주요국 중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전환에 걸린 시간은 △일본 10년 △미국 15년 △독일 36년 △영국 50년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빠르다. 이에 금융권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고령층의 자산 관리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한스경제>는 고령층의 자산관리 시장을 짚어보았다. <편집자주>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7년 후인 2025년엔 초고령사회네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초고령화사회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60세 이상의 고령층의 자산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난 2006년 초고령사회로 전환한 일본의 금융시장이 우리에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947~1949년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가 초고령층(75세 이상)의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활동이란 뜻의 '종활(終活)'과 고령자들이 동시에 사망해 사망자가 급증하는 사회라는 뜻의 '다사사회(多死社會)'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다사사회(多死社會)의 본격화로 상속 건수 및 과세 규모가 급증하고 있으며, 유언장 작성 및 보관 건수도 증가하는 등, 대상속시대(大相續時代)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현지에선 향후 20년 내 약 500조엔 이상의 부의 이전을 예상하고 있으며, 금융권 역시 이에 발맞춰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며 상속 비즈니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 단카이세대 인구수는 약 810만명으로, 이들은 2025년에는 초고령층인 75세 이상이 되고,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30%까지 확대된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율이 높은 국가가 될 전망이다. 

일본의 연간 사망자 수는 2000년 96만 1000명에서 2022년에는 156만 9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중 75세 이상 인구의 사망 비중이 77%에 달한다. 이처럼 사망자가 급증하는 '다사사회가' 본격화되면서 상속에 대한 니즈 역시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일본 상속 전문 포털인 '상속변호사닷컴'과 '일본 총합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상속 관련 법률 상담 건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연간 상속자산은 2022년 약 46조엔에서 2030년 48조 8000만엔, 2035년 50조 4000만엔 그리고 2040년에는 51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부의 세대 간 이전 과정에서 지역 간의 자산 이동은 물론, 상속 분쟁 등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금융사는 △미래 상속인과 거래 관계 확보 △은행만의 매력적인 상품·서비스 라인업 구축 △디지털 기반 상속 서비스 제공 등의 노력을 바탕으로 고객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먼저 상속 발생 전에 미래 상속인과 거래 이력을 만들기 위해 피상속인의 니즈에 맞는 상품·서비스 제공을 통해 상속인과의 연계를 도모하고 있다. 상속으로 고민하는 피상속인에게 상속과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상속 발생 후 상속인까지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신탁은행 위주로 상속 관련 상품·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상속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도심 대형은행 및 지방은행도 상품 판매 대리 또는 신탁업 겸영을 통해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속 관련 상품은 은행뿐 아니라, 법무법인이나 세무법인에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권에선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 구축이 중요하다. 

상속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는 상속 전 유언장 작성, 보관 및 상속 후 유언장 집행 및 상속세 납부 등이 있으며, 이는 법무법인과 세무법인이 더 전문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은행이 주는 신뢰도를 바탕으로 타 업권에선 제공하기 어려운 자산관리를 포함해 피상속자·상속자 니즈에 맞는 맞춤형 상품·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이에 일본 은행은 자산관리가 함께 필요한 피상속인에게 유언대용신탁을, 상속재산 사전 공개가 부담스러운 피상속인에게 유언신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상속 발생 시 관련 절차가 어려운 상속인에게는 유산정리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디지털 기반 서비스 구축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일반적으로 고객은 은행이 제공하는 상속 관련 상품 및 서비스가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인식이 강하며, 실제 이용 진입 장벽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일본 은행은 상속 시장 내 입지 확보를 위해 타깃층을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대하기 위해 디지털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3대 은행인 SMBC는 보유자산 정보, 신상 정보 및 전달사항 등을 보관하고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에는 수취인에게 전달하는 디지털 세이프티 박스(종활 엔딩노트)를 운영하고 있다. 

미즈호(Mizuho)신탁은행은 기존 대면 중심의 유산정리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웹 기반으로 100% 처리 가능한 유산정리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일정한 상속 조건(상속인 수·대상 자산 등)에 부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산상속 절차를 대행하고 있으며, 비대면으로 모든 상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 그룹은 기존 상속 플랫폼들이 일정 수준의 개인정보를 투입하거나, 유료서비스임을 착안해 무료로 상속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고객의 상황과 의향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상속 진단'을 받으면 상속 절차 '할 일 목록'이 작성되고, 온라인상으로 진행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 아울러 상속 분야에 정통한 변호사·세무사·법무사 등의 전문가를 지역별로 검색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10년 내에 대상속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베이비부머 연령층(1955~1974년)은 일본 베이비부머 세대(1947~1974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어 상속 시장의 발전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상속 관련 금융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의 평균 순자산 보유액은 4억 8630만원이며, 인구수를 감안한 자산규모는 약 7500조원으로 연령대 중 가장 많다.  

이에 국내 금융권도 초고령화에 따른 상속 시장의 성장성에 금융사들이 주목하고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인 ‘하나리빙트러스트’를 출시했으며, 이달에는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자산관리· 증여·상속·기부·연금 등에 대한 컨설팅과 실행이 가능한 ‘하나 시니어 라운지’를 오픈하고 금융권 최초로 '유산정리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하나 시니어 라운지’에서는 하나은행의 리빙트러스트센터 소속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신탁을 통한 상속 증여 컨설팅 △유언장의 보관 및 집행 △유언대용 신탁 또는 유언장 작성 없이 상속을 맞게 된 상속인들을 위한 유산정리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또한 하나금융그룹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신탁전문은행인 ‘스미트러스트’와 협업을 통해 유산정리서비스의 30년 노하우 접목과 국내 유수의 법무법인과 세무법인, 종합병원 등과 협업으로 상속과 관련된 모든 전문기관을 연결해 상속집행과 관련한 전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더불어 지난 2022년에는 '압구정 상속증여전문PB센터'를 오픈해 상속증여 관련 전문PB 지점장과 함께 신탁·세무·법률·부동산·기업승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배치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도 초고령화에 따른 상속 시장의 성장성에 금융사들이 주목하고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선 상속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제고와 함께 금융사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피상속자가 상속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하며, 상속 절차가 어려운 상속자는 관련 대행 서비스 등을 활용해 상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금융사도 부의 이전 시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피상속인과의 거래 관계 심화를 통해 사전에 미래 상속인과의 거래 관계 구축에 노력해야 하며, 금융사만의 매력적인 상속 상품 및 서비스 라인업을 구축하는 동시에 일반 대충 고객층 확대를 위한 디지털 기반 상속 서비스 제공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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