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혁신 금융과 친환경에너지 관심으로 그린전환 투자 20% 증가
탈탄소 빨라지면 GDP 5% 규모 수익 창출 가능
보고서는 동남아의 탄소 배출량이 현재 궤도를 이어갈 경우 2030년 목표한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하고 2.4Gt 적은 4.9Gt 줄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30년 아세안 예상 탄소 감축량 그래프 / 배인앤드컴퍼니 보고서 갈무리
보고서는 동남아의 탄소 배출량이 현재 궤도를 이어갈 경우 2030년 목표한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하고 2.4Gt 적은 4.9Gt 줄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30년 아세안 예상 탄소 감축량 그래프 / 배인앤드컴퍼니 보고서 갈무리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 탈탄소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녹색투자가 20% 증가한 것은 물론, 각국이 약속한 친환경 전환 계획이 실현되면 연간 3000억달러(약 419조원)가량 수익 창출도 기대된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그린전환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비스니스타임스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 앤드 컴퍼니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세안 녹색 투자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보도했다.

베인 앤드 컴퍼니, 녹색 투자 그룹 젠제로(GenZero), 스탠다드차타드 은행(SC은행), 테마섹이 공동으로 작성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세안의 그린전환 투자액은 63억달러(약 8조8000억원)로 전년도 52억달러(약 7조2700억원)보다 20% 증가했다. 2021년과 2022년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다시 반등한 것이다.

베인 앤드 컴퍼니의 경영 컨설턴트인 데일 하드캐슬은 “투자 흐름의 반전은 혁신 금융의 출현과 친환경 전력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드캐슬 컨설턴트는 전기차에 대한 높은 관심과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진 점도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여전히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이 지역의 녹색 전환에 걸림돌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의 에너지 소비가 향후 10년간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석탄화력발전 등에 의존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세안 회원국은 신재생에너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화력발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또한 10개 회원국 중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8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4개국은 탄소 가격 책정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력 공급보다 수요가 높아 석탄발전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동남아에서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른 베트남도 전체 전력 생산량 가운데 49.8%가 화력발전이었다. 청정에너지는 전체 공급량의 10%에 불과하며, 화석연료 보조금은 재생에너지 투자보다 약 5배 더 많다. 또한 높은 자본 비용과 불확실한 전력망 및 관세 규정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었다.

앞서 아세안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32%인 7.3기가톤(Gt)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동남아의 탄소 배출량이 현재 궤도를 이어갈 경우 2030년 목표한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하고 2.4Gt 적은 4.9Gt 줄이는 데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킴벌리 탄 젠제로 매니징 디렉터는 로이터에 “동남아 국가들이 탈탄소 궤도를 이탈하고 있는 만큼, 국가, 기업, 투자자가 합심해 녹색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아세안 지역의 녹색 전환을 가속하려면 더 많은 친환경 정책과 인센티브, 지역 협력 강화, 맞춤형 친환경 기술 지속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030~2050년까지 연간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량을 현재의 5기가와트(GW)에서 35GW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탈탄소를 위해 2030년까지 1500억달러(약 209조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1000t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13가지 ‘투자 가능한 항목’도 확인했다. 특히 아세안에 잠재된 친환경 전환 계획 완전히 실현된다면 2030년까지 연간 3000억달러(약 419조원)가량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이 지역 국내총생산의 약 5% 규모에 해당하며 동남아 각국 정부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한 경우를 전제로 한다. 

현재 아세안으로의 그린자본 유입은 △투자자의 기대보다 낮은 위험가중수익률 △정치적 안정성 △통화 변동성 △자본 시장과 연관된 신흥 시장 리스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밖에 경제 성장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탈탄소화를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의존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대규모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부재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동남아 국가들의 에너지 전환이 초기 단계고 탈탄소를 위한 새로운 기술이나 솔루션이 필요하지 않은 만큼 투자가 늘어난다면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봤다. 또 강대국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아세안 국가는 친환경 수출, 시장 및 투자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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