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탄소 가격 책정 촉진 위한 방안으로 제안
관련 시장 70% 차지... 개방 시 ‘브뤼셀 효과’ 기대
요스 델베케 유럽대학연구소 교수가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원회 / 연합뉴스
요스 델베케 유럽대학연구소 교수가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원회 / 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설계한 전 EU 집행위원회(집행위) 관리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가 제3국의 탄소배출권을 인정해 협력을 강화하면 탄소 가격 ‘브뤼셀 효과’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EU가 실제로 시장을 개방할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전 집행위 고위 관리이자 현 유럽대학연구소 교수인 요스 델베케가 EU가 배출권 거래제 시장에서 ‘외부 지향적’ 전략을 세우라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200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EU ETS)를 도입한 EU는 현재 총 31개국이 참여해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EU ETS는 전 세계 관련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유럽 지역에는 관련 전문 거래소들이 가장 많이 분포해 있다.

그러나 ETS 시장을 선도하는 EU는 참여국 안에서의 시장만 활성화돼 있다.

요스 델베케 유럽대학연구소 교수는 블룸버그에 “EU는 지금까지 탄소 배출권 시장 확대를 위한 글로벌 프레임워크 구축 논의에서 항상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델베케 교수는 “일부 국가의 탄소배출권과 온실가스 시장을 상호 인정하는 조치를 통해 글로벌 탄소 가격 책정을 촉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제3국과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거래제 개방 후 개발도상국에 기후 재원을 제공함으로써 창출되는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며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해 이미 승인된 배출권 외에도 27개 회원국 정부가 허용할 국제 배출권을 설정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어떤 유형의 탄소배출권을 인정할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탄소배출권이 전체 상한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EU ETS 시장의 불안정화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EU는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 달성을 위해 중간 목표인 2040년 기후 목표를 확정했다. 집행위는 지난 2월 오는 2040년까지 EU 전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석탄 연료를 사용하는 전력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화석 연료를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세부 사항은 2026년에 발표될 예정인데 델베케 교수는 “최소한의 환경·사회적 기준을 포함해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준으로 EU는 양자 간 혹은 지역 간 이 문제 해결에 대한 노력을 국제적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베케 교수는 EU ETS 시장을 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또 다른 조처는 2026년부터 정식 시행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탄소세)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수립하라고 조언했다.

EU는 다른 국가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및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CBAM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집행위는 CBAM이 탄소 가격제 시행 국가가 연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제도를 통해 면제되는 세금을 정확히 계산하는 메커니즘 구축과 다양한 배출권 시장을 연결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한다.

델베케 교수 역시 “현실적인 방법은 각국이 국경을 넘나들지 않고 서로의 ETS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TS를 구축한 국가가 자국의 기후 정책 노력이 EU ETS를 반영하고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CBAM 면제를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아울러 탄소 가격 책정을 더 촉진하기 위해 후보 국가들이 녹색 경제로 조기 전환할 수 있도록 ETS 기반 기금에 접근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 외에도 △기업과 금융 기관에 대한 추가 기후 공개 요건 △탄소 배출권 사용 및 제거에 대한 요건 정의도 필요하다고 전했다고 통신이 밝혔다.

델베케 교수는 “EU는 전 세계 탄소 가격 책정 이니셔티브를 선도할 정책과 도구,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배출권 거래제 시장 개방은 ETS, CBAM 등의 자연스러운 홍보와 함께 ‘브뤼셀 효과(EU가 규제를 만들면 다른 국가와 기업이 자발적으로 따르는 현상)’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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