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예상온도인 25도 노출된 문어..."3종 중 2종 부화 안해"
"해수면 온도 3도만 변해도 유기체 손상 있어"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지구온난화가 가져온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바다에 살고 있는 문어가 시력을 잃으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적응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바다의 지배자' 문어마저 지구온난화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학술지 '글로벌 생물학 변화(global change biology)' 4월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열스트레스로 인해 문어의 시력이 손상되고, 어미 문어와 어린 문어의 사망률 증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수면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기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지난해 4월부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7~9월까지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신기록을 세웠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가 내놓은 분석에서도 지난달 전세계 해수면 온도는 평균 21.07도로, 월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2월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연구진은 '시력'은 문어의 생존에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시력은 의사소통과 먹이 감지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문어 뇌의 약 70%는 시각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문어들이 살아가는 데 시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시력 상실은 곧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태어나지 않은 문어와 새끼를 밴 어미 문어를 19도, 22도, 25도 수온에 노출시켰다. 22도는 현재 여름 기온을, 25도는 세기말 예상되는 여름 기온이다.
그 결과 25도에 노출된 문어는 다른 온도에 노출된 문어보다 시력을 담당하는 단백질이 훨씬 적게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주 저자인 키아즈 후아(Qiaz Hua) 박사는 "동물의 눈 렌즈에서 풍부하게 발생하는 구조 단백질은 렌즈 투명도와 광학 선명도를 담당한다. 또 다른 하나는 시각 색소의 재생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온도가 상승할수록 새끼 출산율이 높아짐과 동시에 새끼를 밴 어미 문어의 조기 사망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5도에 노출된 문어 3종 중 2종에서 알이 부화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난자가 초기 발달 단계에 있을때, 어미 문어가 죽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낮은 온도에 노출된 어미 문어에서 관찰되지 않는 '눈에 보이는 스트레스 징후'들이 나타났다"고 봤다.
높은 온도에서 힘들게 살아남았더라도 생존율은 높지 않았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열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들이 성체까지 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문어는 바다 생태계 중에서 적응력이 높은 군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미래 해양 변화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의 생물학과 학장인 브론윈 길랜더스(Bronwyn Gillanders)는 "해수면 온도 3도가량만 변화해도 유기체에서 손상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어가 향후 수 십 년간 일어날 온도 상승보다 더 빠른 증가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이 연구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결과를 직접 재현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길랜더스 학장은 "연구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알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온도 상승이 문어에게 좋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해수면의 온도 변화뿐만 아니라 바다 산성화에 따른 산소 감소도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등으로 바다 내 산소가 줄어들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공급에 필수적인 산소가 부족할 경우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문어의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확인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