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문가 “정부 정책 방향 주시하며 공공공사로 내실 다져야”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내년 주요 산업의 수출 회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별로는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자동차, 디스플레이 산업은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철강, 석유화학 산업은 공급과잉 우려로 개선의 여지가 적은 편이다. 이차전지 산업은 전기차 수요가 위축돼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건설업의 위기 역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국내 산업 업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한스경제가 ‘2024년 산업전망’을 각 산업별로 분석한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문용균 기자] 건설업계는 내년에도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력 회복과 업체들의 자금압박 완화 두 측면에서 중요한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상하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정부 정책 방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발주가 많이 있을 철도 등 공공공사 수주를 통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다 적극적인 해외 수주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미국 대선, 전쟁 등 발주 물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벤트들이 산재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험이 없는 업체라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경고다. 

◆코너로 몰린 건설업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건설업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과 ‘매출액 영업이익률’ 모두 지난해 3분기 대비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올 3분기 건설업 수익성 지표 중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은 4.16%로 지난해 3분기 5.69%보다 1.53%p 줄었다. 건설업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3분기 6.71%였으나 올해 3분기엔 3.85%로 2.86%p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그리고 금융비용 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성장성 지표인 총자산증가율과 매출액 증가율은 모두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2.60%였던 건설업 총자산증가율은 올해 3분기 1.80%로 전년 동기 대비 0.80%p 하락했다. 또한 올 2분기 12.31%였던 건설업 매출액증가율은 올해 3분기 11.87%로 0.44%p 감소했다. 

여기에 건설업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 155.18%로 지난 2분기 150.27%보다 4.91% 높아졌다. 전산업 부채비율은 올 2분기 90.85%에서 3분기 90.22%로 재무구조가 다소 개선되었으나 건설업 부채비율은 상승했다. 또 다른 안정성 지표인 건설업 차입금 대 매출액비율도 상승했으며, 차입금 의존도도 또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뿐 만 아니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건설수주 규모는 약 12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공사가 중단된 건물.  (사진=문용균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공사가 중단된 건물.  (사진=문용균 기자)

◆미분양 관리 강화…현금 유동성 높여 급변하는 경제 상황 대비

내년에도 좋지 못한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건설업체 폐업 신고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의 영향으로 주택 거래량 또한 크게 늘지 못하고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 또한 쌓여 있다. 

특히 수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착공이 크게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기준 전국의 착공 면적은 1627만9000㎡로 지난해 동기 2917만6000㎡ 대비 44% 줄었다. 동수도 3만7242동으로 전년 동기 4만8881동보다 1만1639동 감소했다. 또한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착공 면적은 5219만8000㎡다. 지난해 3분기까지 8762만9000㎡보다 40%가 줄었다. 

건축공사의 감소는 건설기성의 위축을 의미한다. 건설기성이란 건설사가 받을 공사비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축착공면적이 준 것을 감안하면 내년 2분기를 전후해서 침체가 시작된 이후 연말로 갈수록 점차 건설기성이 주는 폭이 깊어 질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기성의 위축은 건설투자 감소, 건설투자가 주는 것은 일자리 감소를 뜻한다”면서 “건설업은 전체 취업자 수의 7.4%를 차지하고 있고 취업유발계수는 10.82로 직·간접적으로 국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산연은 정부가 공공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집중관리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건설사의 경우 미분양 사업장을 정리하고 선별 분양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높여,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관리, 건설경기 활성화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건설사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업계가 회복하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중요하다”라며 “미국과 기준 금리가 벌어져 있어 내년 상반기 그들의 인하 소식을 듣고 곧 바로 적용하긴 어려우나 하반기엔 가능할 것으로 건설업계는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간 유찰됐던 철도 공사가 올해 발주되기 시작했고 내년에도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큰 규모의 건설사들은 철도 등 공공공사 수주를 통해 수익성은 낮더라도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지난 10월 24일 사우디 자푸라 2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사진은 위치도.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지난 10월 24일 사우디 자푸라 2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사진은 위치도.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해외에서 돌파구 찾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292억5천만달러(약 38조14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수주액(272억9000만달러)보다 7.2% 늘어난 수치다.

2019년 223억달러였던 해외건설 수주액은 2020년 351억달러로 증가한 뒤 2021년 306억달러, 2022년 310억달러를 기록했다.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은 “연말에 수주가 몰리는 경향이 있어 300억 달러는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의 월별 수출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해외건설 수주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북미·태평양으로 전체 수주액의 34.1%(94억5000만달러)를 차지했다. 중동(30.2%), 아시아(20.4%), 유럽(6.4%), 중남미(5.0%), 아프리카(3.9%)가 뒤를 이었다. 

북미·태평양 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8%, 중동은 11.3% 늘어난 가운데 아시아지역 수주는 48.9% 줄었다. 

업계에선 국내 수주액보다 월등히 많은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한다고 말한다. 실제 대형 건설사들은 내년에 적극적으로 해외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내년 세계 건설시장이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주 목표치를 올해보다 더 높게 잡는다는 계획이다.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은 “국내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엔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350억 달러도 꿈은 아니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다만 해외 수주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중동 발주처가 우리 생각보다 투자를 늦출 수도 있다. 또한 미국 대선, 전쟁 등 불확실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문용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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