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폐업신고 공고목록 보니 이달 21일까지 558건 전년 335건 대비 66%↑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공사가 중단된 건물. 시공사인 신일 (사진=문용균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공사가 중단된 건물. 시공사인 신일은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건물은 공매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문용균 기자) 

[한스경제=문용균 기자] 부동산 경기침체로 최근 서울 방배동의 알짜 입지에 위치한 주상복합 건설 공사조차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다.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시행사조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장에 실패해 1195㎡(약 362평) 규모의 땅과 공사 중인 건물이 공매로 나왔다. 서울 한복판 ‘더블 역세권’ 땅인데도 공매가 6차례 유찰되며 가격은 617억원에서 364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건설업계에선 부동산 시장 침체와 자금 압박 등 상황이 좋지 않아 폐업하는 건설사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면서 앞으로도 소규모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사는 558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5곳 대비 약 66% 증가했다. 올해 들쭉날쭉하던 수치는 10월(41건)부턴 상승세다. 지난달엔 52건, 이달엔 아직 21일까지 밖에 안됐으나 51건을 기록해 11월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12월 업종변경을 위해 폐업을 신청한 건설사는 8곳으로 전체 51건의 15%에 불과했다. 나머지 43곳은 폐업사유로 사업포기, 경영난 악화, 회사 도산 등을 적었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908위인 광주의 해광건설은 만기가 된 어음을 막지 못해 이달 13일 부도 처리됐고, 이달 1일엔 285위인 경남 창원의 남명건설이 부도났다.

폐업은 아니지만 시공능력평가 16위 중견건설사 태영건설은 최근 부도설에 휩싸였다가 금융기관이 만기 도래한 400억 원 상환을 유예해 주기로 하면서 일단 위기를 넘겼다.

시행사들의 자금 압박도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경기 오산시 일대에서 약 2600채 규모 대단지 아파트를 지으려는 시행사는 최근 브리지론 대출 연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매년 200억 원씩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데 최근 금융기관이 대출 연장 단위를 1년에서 3개월로 줄이고 발생한 이자를 먼저 낼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부동산 PF는 부지 매입과 인허가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 브리지론과 분양과 착공에 들어갈 자금을 조달하는 본PF로 나뉜다. 브리지론은 사업 초기 불확실성이 높아 금리가 높고 주로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한다. 그런데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 브리지론 연장이 쉽지 않은 데다 본PF로도 제때 전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건설업계의 어려움과 관련해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자체적으로 연구한 결과 지난해와 비교해 분명 건설사 폐업이 늘어났다”면서 “사업장이 쓰러지지 않도록 구제책이 나오겠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소외되는 곳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시장이 안정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대형 혹은 중견 건설사까지는 몰라도 지방에 사업장을 몇 곳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들의 폐업은 내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시행사 또한 PF 대출 연장에 실패해 공매로 나온 물건(사업장)은 입지가 서울이라도 쉽게 공사가 재개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선별 수주를 내세우며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시기에 특정 업체가 자신들과 다른 설계로 올린 주상복합을 사들여 부대비용을 들이고 끝까지 올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문용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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