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미스매치 심화... 기업들 “‘적합한 인재 확보’ 어려워”
작년 신규입사자 5명 중 1명은 ‘중고신입’, 평균 경력 1.4년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금리‧고환율, 중국발 경제위기 우려 등으로 기업심리가 위축되면서 올 하반기 청년 취업시장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옛 전경련)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4.6%은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채용계획 미수립 기업은 48.0%,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은 16.6%였다.
올해 하반기 ‘채용계획 미수립’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지난해 하반기(44.6%) 대비 3.4%p 증가했다. 다만 ‘채용이 없다’고 응답한 비중은 지난해 같은기간(17.4%)보다 0.8%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했다고 답한 기업은 35.4%다. 이 중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57.8%, ‘줄이겠다’는 기업은 24.4%, ‘늘리겠다’는 기업은 17.8%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년 대비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 비중은 지난해 같은기간(13.0%)에 비해 11.4%p 늘었고, 늘리겠다는 기업 비중은 지난해(37.0%)보다 19.2%p 줄어 채용시장 위축이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 “채용부진, 경기악화·불확실성 따른 긴축경영 탓”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 ‘수익성 악화와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경영 돌입(25.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와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19.0%)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인건비 증가 등에 따른 비용 절감(15.2%)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의 어려움(12.7%)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미래인재 확보 차원에서(33.4%)’를 가장 많이 들었다. 다음으로 △ESG 등 신산업 또는 새로운 직군에 대한 인력 수요 증가 △회사가 속한 업종의 경기상황이 좋거나 좋아질 전망이 각각 22.2%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올해 대졸 취업 경쟁이 작년보다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대졸 신규채용 예상 경쟁률은 평균 81:1로 조사됐다. 응답 비중별로는 △30~60:1(29.7%) △1~30:1(21.5%) △60~90:1(14.9%) 순이다. 작년 대졸 신규채용 경쟁률은 응답기업 평균 77:1이었다.
청년들의 취업난과 동시에 기업들도 원하는 인재를 찾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신규채용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인재 찾기 어려움(30.9%)’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기업의 구인난은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구인했으나 채용하지 못한 인원(미충원 인원)은 1만2000명으로, 이는 3년 전인 2020년 상반기(6000명) 대비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 작년 대졸 신규입사자 5명 중 1명은 ‘중고신입’
지난해 대졸 신규입사자 5명 중 1명(21.9%)은 경력을 보유한 신입직으로, 소위 ‘중고신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신규입사자 중 ‘중고신입’ 비중은 △1~10%(23.6%) △20~30%(22.8%) △10~20%(19.7%) △30~40%(12.6%)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고신입’의 경력 기간은 평균 1.4년이었다. 구체적으로는 △1~2년(48.3%) △6개월∼1년(32.2%) △2∼3년 미만(12.7%) △6개월 미만(4.2%) 순이다. 이에 대해 한경협은 “기업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선호함에 따라 신입직 채용에서도 직무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대졸 신규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및 고용 확대 유도(39.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5.2%)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기업 지원(15.7%) △진로지도 강화 및 취업정보 제공 등 미스매치 해소(8.7%) 순으로 답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실적 악화, 중국경제 불안정․고금리‧고환율 등 경영 불확실성 증대로 채용을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국회가 규제 혁파, 노동개혁, 조세부담 완화 등 제도적 지원으로 고용 여력을 확충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나리 기자 hansjo@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