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제지는 가능한데, 체벌은 하지 말라"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정부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을 발표했다. 고시에는 학생·교원·보호자의 책무와 교원의 구체적 생활지도 범위·방식,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한 생활지도 등의 대한 내용이 담겼다.
고성·폭행 등 문제행동 학생에게 피해를 입은 교사들에게 보호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허점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보다 확실한 기준이 요구된다.
교육부가 공개한 고시에는 교사가 학생을 생활지도 할 수 있는 방식을 △조언 △상담 △주의 △훈육 △훈계 △보상 등 단계별 내용이 담겼다. 당초 올해 연말까지 고시를 제정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시점이 앞당겨졌다. 학생생활지도 가이드라인을 국가 차원의 지침으로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는 행정예고를 거쳐 오는 9월 1일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앞으로 교육목적이나 긴급상황을 제외하고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원칙을 따르지 않는 학생에게 주의를 줄 수 있고, 불응할 시 압수할 수 있다. 수업을 방해하면 밖으로 분리할 수 있고, 난동을 부리는 학생에 대해선 물리적 제지도 가능하다. 다만,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체벌은 할 수 없다.
문제는 학생이 교사를 향해 폭력을 가할 시 생활지도 고시가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다. 고시의 가장 강력한 조치는 훈육과 훈계다. 두 조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훈육은 △자신과 타인에게 위해 끼칠 우려 땐 물리적 제지 가능 △휴대전화 사용 금지 어길 경우 압수 △수업 방해 학생은 퇴실 조치 가능, 훈계는 △반성문 작성 △훼손된 시설이나 물품 청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훈육에는 물리적 제지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체벌은 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 난동을 부리는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6월 한 초등학교 교사가 정서행동장애 판정을 받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사례가 전해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고시는 관계 법령과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0조의3(학생생활지도)에는‘학교의 장과 교원은 조언, 상담, 주의, 훈육, 훈계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이 경우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는 체벌은 허용하지 않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신체에 고통을 가하지 않고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불투명하다.
경기 김포 소재 A중학교 교사는 “학생의 교사 폭행, 난동 등의 수업 방해 등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저의 경우는 ‘그런 경우가 있었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사실 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만해라’ 등 타이르는 게 전부다”라며 “교육부의 고시는 너무 추상적이다. 때리는 건 안 되는데, 물리적 제지를 하라는 건 막말로 염력이라도 쓰란 말인가”라고 혀를 찼다.
훈육의 수업 방해 학생 퇴실 조치도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 학생을 교실 내 다른 자리,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 분리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분리된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어떻게 정할지 구체적으로 두지 않았다.
분리 공간을 마련하고 상담교사 인력 충원 등의 예산 문제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교육부는 "전담 인력 충원을 당장 추진하지 않는다.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입장만 밝혔다.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고시안은 상담 거부, 물리적 제지, 수업 분리 등 언급했지만, 문제는 이런 생활지도 방식이 보호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이나 문제상황에 대한 '관리자의 책임'이 명시돼야 한다"며 "현장의 교사들이 지금까지 요구해왔던 것은 교사 혼자 책임지게 하는 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권 침해와 민원에 의해 상처받은 교사들이 겪는 모욕감, 자존감 하락 등의 정서는 이후 교육 활동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서 "보호자 의견 등을 수렴할 공적인 소통창구를 설치·운영하고 민원 처리 절차를 마련하도록 해 학교에 민원·접수처리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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