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장비 활용해 잔디 보수 진행
잔디연구소 관계자 "통째로 들어낸 잔디들은 뿌리 상태가 안 좋거나 죽은 걸로 볼 수 있다"
"콘서트 전 잔디 상태로 돌아가려면 내년 봄까지는 기다려야"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현장은 잔디 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중장비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보식을 진행 중인 모습. /강상헌 기자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현장은 잔디 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중장비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보식을 진행 중인 모습. /강상헌 기자

[서울월드컵경기장=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K-POP 콘서트 여파로 인해 10억 원을 들여 바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가 죽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일반 잔디와 다르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약 4개월에 걸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천연 잔디 95%와 인조 잔디 5%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로 새롭게 바꿨다. 또한 잔디 파임 현상을 줄이고 배수 시스템도 탁월한 그라운드로 탈바꿈하기 위해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해 커다란 수입원이 될 대형 콘서트 개최도 받지 않았다. 일부 행사 개최를 허용할 경우에도 잔디 훼손을 최소화하며 행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훼손의 위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당초 잼버리 K-POP 콘서트는 새만금에서 6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폭염과 안전상의 이유로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졌다. 이후 태풍 카눈이 북상하면서 콘서트장은 또다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었다. 일정도 변경됐다.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폐영식과 K-POP 공연이 함께 펼쳐지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공단은 10억 원과 2년의 공을 들여 관리한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가 훼손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공단 측은 잼버리 대회 조직위에 잔디 훼손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행사 당일 콘서트 구조물과 관중 좌석이 설치된 모습을 보면 잔디 훼손은 불가피했다. 골대 부근을 포함해 그라운드까지 콘서트 무대가 설치됐다. 또한 일반적인 콘서트처럼 잔디 위에 관중 좌석이 설치됐다. 플라스틱 의자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착석해 관람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현장은 잔디 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강상헌 기자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현장은 잔디 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강상헌 기자

결국 잔디 훼손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현장은 잔디 보수 작업에 한창이었다. 바퀴가 달린 중장비들이 잔디 보수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중장비들 동선에 맞춰 장비 보수에 나선 인원들도 연신 구슬땀을 흘렸다. 일부 구역은 잔디를 새로 깔기 위해 기존 죽은 잔디를 모두 들어낸 모습도 보였다. 또한 콘서트 무대 장비가 설치된 잔디 쪽은 불규칙한 방향으로 납작하게 눌려버린 모습이었다.

잔디 훼손 정도에 대해 종신물산 잔디연구소 관계자는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콘서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잔디가 밟히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디 보호매트를 깔았다. 그것 때문에 잔디들이 눌려 있을 것이다. 잔디를 살릴 수 있는 곳은 눌려 있는 잔디를 다시 세워주는 작업을 하면 된다. 하지만 통째로 들어낸 잔디들은 뿌리 상태가 안 좋거나 죽은 걸로 볼 수 있다. 전용 잔디 보식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잔디는 보수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잔디가 있다. 전체에서 40%를 바로 교체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21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하는 데 10억 원이 들었다. 물가 상승률을 따지지 않고 단순 계산했을 때 만약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잔디 40%를 이번 교체에 모두 소진한다면 약 4억 원을 쓰게 되는 셈이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현장은 잔디 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강상헌 기자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현장은 잔디 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강상헌 기자

잔디 훼손 우려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3일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콘서트 기획 단계부터 경기장 원상회복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으며 최선을 다해 복구를 지원할 것이다. 무대 등 콘서트 관련 시설 철거가 완료되자마자 서울시설공단에서 그라운드 상황을 면밀히 살펴 전용 잔디 보식 등 긴급 복구에 들어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잔디 훼손 사후 조치 등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아직 실질적인 금액이 책정되거나 공문이 나온 그런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구두상으로는 (사후 조치에 대한) 이야기가 돼 있다”라며 “저희 공단은 특별하게 걱정하고 있지 않다. 잔디 복구 비용 등에 대해 지급될 거라고 다 얘기가 돼 있는 상황이다. 지원은 해주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믿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돈으로 시간을 살 수는 없다. 훼손된 잔디 상태가 이전처럼 회복되기 위해선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종신물산 잔디연구소 관계자는 “새로 깐 잔디는 뿌리를 내리고 겨울을 나야 한다. 그런데 그사이에 계속 축구 경기를 할 것이고 훈련도 있을 것이다. 잔디 밀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경기를 계속하면 선수들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라며 “잔디는 뿌리를 내려야 편안한 상태가 된다. 그런 상태가 아닐 경우 잔디는 스트레스를 받고 뿌리가 짧아질 수도 있다. 콘서트를 진행하기 전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면 적어도 내년 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19일에 K리그1(1부) 경기가 잡혀있다. K리그1 2023 27라운드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다. /강상헌 기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19일에 K리그1(1부) 경기가 잡혀있다. K리그1 2023 27라운드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다. /강상헌 기자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19일에 K리그1(1부) 경기가 잡혀있다. K리그1 2023 27라운드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다.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장 잔디 훼손으로 인한 경기 연기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 연기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14일 본지에 “만약 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매우 안 좋다고 한다면 K리그 대회 요강에 의거해 양 구단이 합의해서 경기를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안 된 걸로 알고 있다. 그런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고 전했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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