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관계자 "최악의 상황일 경우 다 갈아엎으면 10억 원 이상 소요"
"잔디 복구 비용 등에 대해 지급될 거라고 다 얘기가 돼 있는 상황"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린 가운데, 여전히 해결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그중 하나가 잼버리 K-POP 콘서트 장소로 사용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훼손 문제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영식과 K-POP 슈퍼라이브 콘서트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 4만여 명은 오후 5시 30분 열린 폐영식에 참여한 뒤 이후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K-POP 콘서트를 즐겼다.
잼버리 메인 행사였던 K-POP 콘서트는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이제는 뒷수습을 해야 할 때다. 갑작스럽게 잼버리 K-POP 콘서트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게 되면서 홈구장으로 쓰는 FC서울과 경기장 관리 주체인 서울시설관리공단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바로 10억 원을 들인 잔디의 훼손 문제 때문이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약 4개월에 걸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천연 잔디 95%와 인조 잔디 5%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로 새롭게 바꿨다. 또한 잔디 파임 현상을 줄이고 배수 시스템도 탁월한 그라운드로 탈바꿈하기 위해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해 커다란 수입원이 될 대형 콘서트 개최도 받지 않았다. 일부 행사 개최를 허용할 경우에도 가변석이 있는 E석에 무대를 설치하게 해 잔디 훼손을 최소화하며 행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공을 들여 관리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시티에도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친선전을 치르고 돌아간 맨시티는 “(경기 당일) 홍수라 부를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40분 만에 모든 것이 정상화됐다. 놀라운 배수 시스템 덕이다. 지난해 미국 램도 필드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전은 폭우로 중단됐지만, 서울에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세계적인 축구 클럽에도 인정받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가 훼손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공단 측은 잼버리 대회 조직위에 잔디 훼손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행사 당일 콘서트 구조물과 관중 좌석이 설치된 모습을 보면 잔디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잼버리 콘서트는 골대 부근을 포함해 그라운드까지 무대가 설치됐다. 또한 일반적인 콘서트처럼 잔디 위에 관중 좌석이 설치됐다. 플라스틱 의자에 스카우트 대원들이 착석해 관람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잔디 훼손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하이브리드 잔디는 ‘켄터키블루그라스’로 불리는 한지형 잔디다. 한지형 잔디는 한여름인 25도 이상에서는 생육이 정지되고 말라 죽는다. 종신물산 잔디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잔디 온도 상승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잔디 위에다 잔디 보호용 패드 등을 올리고 그 위에 장치물을 설치했다. 이렇게 되면 토양에서 열이 엄청나게 올라온다. 잔디는 온도에 민감하다. 망가지는 잔디가 많을 것이다”라며 구조물이 올라가다 보면 잔디를 누르고 있는 면이 생긴다. 그 면은 잔디가 죽을 확률이 높다. 구조물이 올라가면 그 덮인 면은 반드시 열이 나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잔디는 다 망가진다“고 짚었다.
이어 “장치를 해놓고 통풍 시설을 제대로 해두면 이런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곳에 다 통풍 시설을 할 수는 없다. 통풍이 안 되면 잔디 뿌리 쪽이 썩게 된다. 결국 그 잔디는 죽는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한지형 잔디는 온도가 올라가면 생장이 멈추거나 쇠퇴해 색깔이 누렇게 변하는 ‘하고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최악의 경우를 맞이하게 되면 죽은 잔디 보식을 해야 하고, 완벽하게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이브리드 잔디는 보수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공단 관계자는 “정말 최악의 상황에 닥친다면 잔디 전체를 다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다. 2021년도에 하이브리드 잔디로 바꿨을 때 10억 원 이상의 금액이 소요됐다. 만약 전면 교체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설계를 해봐야 알겠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10억 원 이상의 금액이 소요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잔디 훼손 우려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잼버리 대회 조직위는 지난 10일 “공연을 마친 이후 19일 개최 예정인 축구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사후 조치를 위한 예산 확보 등 철저한 대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잔디 훼손 사후 조치 등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현장에서 계속해서 잔디 관리 등에 대해 소통했다. 아직 실질적인 금액이 책정되거나 공문이 나온 그런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구두상으로는 (사후 조치에 대한) 이야기가 돼 있다”라며 “저희 공단은 특별하게 걱정을 하고 있지 않다. 잔디 복구 비용 등에 대해 지급될 거라고 다 얘기가 돼 있는 상황이다. 지원은 해주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믿고 있다”고 답했다.
강상헌 기자 ks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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