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쟁 통해 이자부담 경감 등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 기대
금리격차 크지 않으면 유인 효과 떨어져…저축은행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세계 최초'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오는 3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동된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는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추진됐다.
인프라가 개시되면 소비자는 53개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을 영업점 방문 없이 유리한 조건으로 옮겨갈 수 있게 된다. 금융사는 자체 경영전략, 플랫폼의 경쟁력 등을 고려해 제휴 플랫폼을 선택하고, 이들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신규 대출상품을 제시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가 손쉽게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오는 31일 개시할 예정이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에는 53개 금융사와 23개 대출비교 플랫폼이 참여했으며, 은행 전체(19개), 비은행권 주요 금융회사(저축은행 18개, 카드 7개, 캐피탈 9개)의 신용대출(전체 신용대출 시장의 90% 이상)을 다른 대출로 손쉽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23개 대출비교 플랫폼(대출비교 시장의 95% 이상)은 핀테크, 빅테크, 금융회사 등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해 제휴범위와 금융서비스 간 연계, 신용평가 모델 등을 통해 이용편의와 접근성 제고를 위한 경쟁을 할 것이며, 금융사가 플랫폼 사업자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유도해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수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참여에 따라 비은행권 대상의 중개 수수료가 기존 대비 상당수준 인하될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자율협약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가 금융회사를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지 않도록 하고, 금융업권‧금융상품별 수수료율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해 금융소비자가 정확히 인지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권 전보 제공을 통해 금융소비자가 중도상환수수료와 상환가능 여부까지 미리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금융위는 올해 12월 내로 가계대출의 약 76%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간편한 대출이동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실효성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환대출 인프라가 구축되면 금융사 간 경쟁을 유도해 금리인하 효과와 1금융권으로의 이동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순기능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있는 가 하면, 기존 거래 금융사를 떠날만한 금리격차는 나오지 않을 것이며, 고객 이탈로 일부 저축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환대출이 비대면으로 가능해지면서 금융 소비자의 은행 선택권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며 "신용대출 시장에서 1금융권이 금리경쟁력이 있는 만큼 2금융권에서 대책마련에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여 기관들이 우량차주 유치를 위해 전용상품이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등을 검토하고 있어 대환대출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대환대출 인프라가 구축되면 금융사간 경쟁을 유도해 금리인하 효과를 가질 수 있으며, 고금리를 사용 중인 차주에게도 1금융권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소비자의 이자부담 경감과 금리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금융사의 경쟁 유도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지만, 실제로 고객 이동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이 대환을 고려할 때 단순히 금리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며 "주거래 은행 등일 경우, 기존 메리트를 상쇄할 만한 금리차이가 아니라면 대환에 대한 동기부여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향후 금융권의 대출금리는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고객이 금리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역시 "대환 시 발생하는 중도상환 수수료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 격차가 월등히 크지 않다면 대환 유인 효과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의 리스크도 존재한다. 특히, 저축은행은 고객 이탈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은행권의 신용대출 고객 중 27%가 1~3등급에 해당하는 고신용자다. 이들은 대환대출 인프라가 도입되면 손쉽게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대환대출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비은행권에서도 동일한 신용등급이라 하더라도 회사별 금리차가 크게 존재하는 만큼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비은행 간 이동도 활발하게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포용 금융"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취급 비율을 높이기 위해 관련 대환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할 경우 비은행업권 중·저신용자의 이동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은 우량차주의 상당 비중을 은행 등에 빼앗기게 되면서 대출 포트폴리오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특히 중·저신용자 중심의 신용대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대환대출인프라 도입으로 기존 고객의 이탈이 대규모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서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금리까지 낮춰가면서 무리하게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일부 저축은행은 대환대출 인프라 도입으로 인한 고객 유출이 한동안 지속돼 경영상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장기화됐을 때 자금운용처 부재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인프라 구축에 참여한 금융업계와 핀테크업계 모두, 인프라 구축의 목적이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함을 감안해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금융업계의 건전한 영업, 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행태가 나타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