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제약바이오 CEO, 평택 플랜트 관심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한미약품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베돈(국내 제품명 롤론티스)’을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데 이어, 난공불락인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영역에서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평택 바이오플랜트가 해외에서 주목받으면서 북미 지역 네트워크도 강화됐다.
17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NASH 신약 후보물질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의 글로벌 임상 2상을 계획 변경 없이 지속 진행한다.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DMC)는 해당 약물의 유효성을 평가한 중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같이 권고했다.
IDMC는 진행 중인 임상에서 환자의 안전과 약물 효능 등을 독립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전문가 그룹이다. 무작위, 이중맹검 등 방식으로 진행되는 임상에서 안전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IDMC의 이번 중간 분석 결과가 최종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약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확인된 셈이다.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한미약품의 바이오의약품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이다.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인슐린 분비 촉진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 작용 기전이 특징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20년 비알코올성지방간(NAFLD) 환자 대상 임상 1상을 통해 3개월 이내 30% 이상 지방간이 감소한다는 효과를 확인했다.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NASH 치료를 위한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원발 담즙성 담관염(PCB)와 원발 경화성 담관염(PSC),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미약품은 또다른 NASH 치료제 ‘랩스 듀얼 아고니스트’도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지난 2020년 8월 글로벌 제약사 MSD에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최근 글로벌 2a상을 종료했으며, 연구결과는 내달 6월 열리는 유럽간학회(EASL)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NASH는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과 달리 염증과 섬유화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 중에서 20%가량이 간경화를 앓은 후 간암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상용화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병 중 하나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는 2029년 3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미약품이 가장 빨리 NASH 치료제 개발을 성공한다면 국내 최초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세계 최초)’ 신약을 보유한 기업이 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IDMC 권고는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기대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진출한 신약은 성공적으로 현지 시장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한미약품 파트너사 스펙트럼에 따르면 ‘롤베돈’의 올 1분기 매출은 1560만달러(약 206억원)로 직전 분기보다 54% 성장했다. 구매 거래처 및 판매·유통망은 지난해 4분기 70곳에서 올 1분기 172곳으로 145% 증가했다.
또한 지난달부터 영구 상환 J-코드 ‘J1449’가 적용되면서 미국 공공보험 환급대상 의약품 목록에 등재돼 안정적 처방 환경이 조성됐다.
롤베돈은 호중구감소증 치료나 예방 용도로 투여하는 바이오 신약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시판허가를 받았다. 한미약품은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이 약물을 기술수출했다.
아울러 한미약품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인 ‘평택 바이오플랜트’도 북미 지역 기업들로 주목받았다.
아투카과 젠비라 바이오사이언스, 아이프로젠 등 10개 제약바이오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캐나다 사절단’은 지난 9일 평택 바이오플랜트 대형 제조설비(최대 1만 2500ℓ 규모 배양기)와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둘러봤다.
이번 방문은 주한캐나다대사관 측이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3) 행사에 참가하는 한국 기업 중 우수한 제조시설을 보유한 한미약품 사업장을 견학하고 싶다”고 요청해 이뤄졌다.
이들은 원료와 완제의약품 제조, 품질시험, 허가자료 작성까지 가능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또 국내외 바이오산업 현황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공동 관심 분야에 대한 ‘오픈 콜라보레이션(개방형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완제의약품 기준으로 연간 2000만개 이상의 프리필드 시린지 주사기를 제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물세포 배양 기반의 설비를 갖춘 국내 주요 위탁생산(CMO) 회사들과 달리 미생물 배양을 이용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설비를 갖추고 있어 빠르고 경제인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DNA 및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도 대규모 제조 가능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캐나다 사절단의 평택 바이오플랜트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캐나다 제약바이오 기업들 간의 보다 활발한 상호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bdj@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