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 전략 한층 강화해 수익성 극대화·딜러 인센티브 상승 가능성 제기
포드처럼 중국 배터리 기업 CATL과 협력 가능성도 나와
[한스경제=성은숙 기자] 최근 현대차·기아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에 따른 세액공제 대상 전기차 명단에서 제외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세간의 우려와 달리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지난 1월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던 전략을 토대로 점유율을 수성하는 한편 올해 판매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는 IRA 규정 적용이 적용되지 않는 렌털,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의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같은 전략에 따른 중고차 가격 하락 위험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확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1월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이 컨콜을 통해 밝혔듯 전기차 리스 비중을 30% 이상 수준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플릿과 구독서비스 등 판매채널 다변화를 통해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을 방어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산업 전망 보고서 '우리 모두 알고 있었던 IRA 보조금 제외'를 통해 "주요 경쟁 업체의 전기차 신차 출시는 2023년 하반기~2024년으로 예정되어 있기에 리스 대응 전략, 상품성 강화를 통해 올해 판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연초 전기차 리스 비중을 30%까지 확대하여 대응할 계획이었으며, 현재 26~27%까지 달성했다"면서 "올해 하반기 출시될 기아의 EV9은 경쟁 차종이 없는 대형 SUV 세그먼트를 타겟하고 있기에 전기차 시장 내 점유율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 고급화 전략 강화·딜러 인센티브 상승·CATL 협력 가능성도 제기돼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가 고급화 전략을 한층 강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월 컨콜에서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기존 구매 고객의 소득수준을 파악한 결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비자 비율이 경쟁차종 대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IRA에 대한 걱정을 잠재울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고사양, 고부가가치 모델을 중점으로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에 집중해 전기차 브랜드로서 차별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글로벌 고급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통해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고급화 전략을 공개한 적 있다. 당시 현대차는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 제네시스에 대해 향후 2030년 전기차 35만대 판매로 글로벌 고급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기아가 가격을 인하하는 대신 미국 판매 딜러에게 지급하는 대당 평균 인센티브(판매장려금)를 늘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 사이트 트루카닷컴 등에 따르면 3월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대당 평균 인센티브는 각각 1019달러, 568달러다. 이는 매우 낮은 편으로, 조사 대상 업체 12곳 중 스바루 자동차(836달러)와 토요타(729달러) 등 2곳만 현대차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브랜드 위상이 올라가고 있어 인센티브를 적게 주고 있는 편"이라면서 "현재 딜러들이 차가 없어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인센티브 상승보다는 차를 제때 공급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슈라서 아직 관련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과의 협력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CATL 쩡위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중 미국 외 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포드와 같은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 완성차사 포드는 IRA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허점을 노려 CATL과 35억 달러를 투입해 미시간주 마셜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합작공장 설립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성은숙 기자 functi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