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16년 기점으로 삼성 스포츠 왕조도 몰락
최근엔 각 종목 최하위 도맡아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 /연합뉴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역사는 1등만을 기억합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습니다.”

1990년대 중반 삼성이 광고에서 내세운 문구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일등주의’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삼성은 스포츠 판에서 으뜸인 시절이 있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2002~2014년 동안 4년 연속(2011~2014년) 우승을 포함해 총 7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우뚝 섰고, 프로축구 수원 삼성은 K리그 우승 4회(1998·1999·2004·2008년)와 대한축구협회(FA)컵 최다 우승(2002·2009·2010·2016·2019년)을 보유하고 있다.

신치용(68) 감독이 이끌던 삼성화재 배구단은 ‘절대강자’였다. 실업배구 77연승, V리그 11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 및 8회(2005·2008~2014년) 우승이란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갖고 있다. 프로농구 삼성(서울·수원)은 1997년 리그 출범 후 2차례(2001·2006년)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2016년을 기점으로 ‘삼성 스포츠 왕조’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삼성그룹이 2014년부터 산하 스포츠단의 통합 관리를 추진하며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팀들의 지분을 합쳐 제일기획으로 이관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후 각 종목에서 부진한 성적표로 나타나기 시작한 게 2016년이다.

2015시즌 2위에 올랐던 삼성 라이온즈는 2016시즌 9위로 추락했다. 이후 2021시즌(3위)을 제외하고 주로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올 시즌에도 5승 8패로 8위에 머물러 있다.

수원 삼성이 이병근 감독 경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구단은 최성용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꾸린다고 밝혔다. /구단 제공
수원 삼성이 이병근 감독 경질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구단은 최성용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꾸린다고 밝혔다. /구단 제공

수원 삼성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2015시즌 2위로 선전했던 수원은 2016시즌 7위에 그쳤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서정원(53) 감독은 패배 후 선수단 버스를 막아선 구단 팬들의 항의를 받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듬해 3위로 잠시 반등하긴 했지만, 이후 꾸준히 중하위권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엔 개막 후 7경기에서 무승(2무 5패)을 이어가 구단은 결국 17일 레전드 출신 지도자 이병근(50) 감독에 대해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묻고 경질했다. 수원은 “당분간 선수단은 최성용(48)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이끌 계획이다. 구단은 위기 극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팀을 본 궤도에 올리는 데 주력하겠다. 조만간 성적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쇄신안을 수립해 뼈를 깎는 변화를 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2017-2018시즌(2위) 이후 중하위권으로 추락했고 최근 3년간은 거의 최하위권을 도맡았다. 2022-2023시즌 11승 25패 승점 36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서울 삼성은 2016-2017시즌(3위) 이후 중하위권에 있었다. 그 중 꼴찌도 3차례나 기록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선 14승 40패 승률 25.9%라는 처첨한 성적으로 최하위에 포진했다. 최근 만난 삼성 스포츠단의 한 관계자는 “거의 모든 종목에서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이 끝난 종목의 경우 다음 시즌엔 반등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팀 성적이 부진하면 선수단뿐 아니라 프런트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포츠계에선 삼성 스포츠단의 성과 부진 원인으로 투자 축소에 따른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라 보고 있다. 종목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매년 구단들의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거기에 맞물려 구단 프런트들의 방향성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물급 스타 선수들을 영입할 돈은 충분치 않은데, 그렇다고 확실한 선수 육성 기조도 아니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 스포츠 관계자는 “십 수년 전만 하더라도 스포츠계에서 삼성의 입지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선수들은 ‘삼성’ 로고가 박힌 구단으로 가려 했고 홍보 관계자들은 삼성 프런트에서 일하는 게 희망사항이었다. 하지만 그런 영향력은 사라진 지 오래다. 모든 종목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건 가볍게 지나칠 일은 아니다. 결국 투자의 문제일 것 같은데 커다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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