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도 보완, 근로시간 유연화 교두보로 떠올라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최근 윤석열 정부가 쏘아 올린 근로시간 유연화 논쟁이 뜨겁다. 윤 대통령이 내세운 ‘주 최대 69시간 근무’ 발언이 불과 몇 개월 만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형국이다. 결국 ‘주 최대 60시간’으로 상한을 정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수습에 나섰지만 좀처럼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괄임금제 개편이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중요한 교두보로 지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른바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 중 하나인 노동개혁이 시작전부터 말이 많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위해 연장 근로 관리 단위를 주 단위가 아닌 월·분·분기·반기·년 등으로 확대하면서 최대 근로시간이 주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노동계와 MZ세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있는 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데 ‘제주도 한 달 살기 같은 장기휴가는 얼토당토않다”, “시간 외 수당도 못 받고 일하는 사람들 많다. 고용자 입장에서 ‘5분, 10분 더 일하는 게 뭐 어렵느냐’고 할 수 있지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돈은 최대한 적게 주면서 일은 많이 시키겠다는 마인드가 사라졌으면 한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근로자는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 1주 최대 12시간까지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다. 개편안에 따라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면 최대 주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해진다. ‘근로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윤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다. 충분히 숙의하고 민의를 반영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근로시간과 임금이 밀접한 연관을 지닌 만큼, 윤 대통령의 보완 지시에 따라 포괄임금제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안도 보완 작업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나 업무 특성상 추가 근무 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수당을 급여에 포함하는 제도다. 노사 당사자 간 약정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무 등을 미리 정한 뒤 매달 일정액의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한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는 일부 사용자에 의해 악용돼 ‘공짜 야근’, ‘야근 갑질’의 주범으로 꼽힌다.
당초 정부는 근로시간이 늘어난 만큼 임금을 '더 받고 야근'을 하는 형태로 포괄임금제를 강화할 입장이었는데, '공짜 야근만' 늘어날 것이란 불만이 나오자 다른 방안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최근 정부는 개별 노동자의 근무 시간을 기록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 환경이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들은 근무 시간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적법한 임금은 물론 휴가도 보장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간기업에서 정부 앱을 쓰도록 강제하기 어렵고, 휴가 사용 역시 정부가 보증할 대책이 없어 실효성 문제, 기록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감시 우려 등 또다른 논란도 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 보급을 검토 중인 건 맞지만 구체적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건 아닌 상황이다. 노동계의 반응도 살펴야 하고 아직 검토할 사항들이 많다”고 말을 아꼈다.
또 정부는 휴일을 적립해 장기 휴가나 안식월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그리 좋은 평가는 아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법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할 때 몰아서 노동자를 쓸 수 있는 과로사 조장법이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여론에 막혀 진전이 없는 가운데 방안으로 떠오른 앱 배포·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이 여론을 돌릴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