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연평균 34.9%↑…내년 10억달러 규모
SK스퀘어, RISC-V 업체 M&A 가능성 有
SK하이닉스·인텔·ARM 등도 RISC-V 투자 확대
中, ARM 의존도 낮출 대응책으로 RISC-V 집중
"다양한 RISC-V 제품 연내 상용화…곧 대중화"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최근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세부 지침을 공개하면서 가뜩이나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더욱이 반도체 장비와 설계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규제와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시스템 설계 분야를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ARM 설계자산(IP)의 대항마로 떠오른 오픈소스형 반도체 설계 구조인 RISC-V(리스크파이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도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을 추가로 공개한 이날(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기자간담회에서 SK쉴더스의 매각을 밝히면서 RISC-V 투자에 관심을 표명했다.
박 부회장은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이 오히려 투자를 하기엔 적기"라며 RISC-V 관련 업체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시사했다. 따라서 SK스퀘어가 이번 매각을 통해 확보한 신규 투자 재원인 8646억원은 빅딜 추진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RISC-V 아키텍처 기반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갖춘 미국 팹리스 '싸이파이브(SiFive)'다. 2015년 설립된 싸이파이브는 RISC-V를 개발해 단기간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텔이 2021년 20억달러를 제시하며 싸이파이브 인수를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인텔과 퀄컴, 웨스턴디지털 등은 1억8500만달러(2190억원)를 싸이파이브에 투자했다. SK하이닉스도 2020년 아람코 등과 함께 6000만달러(711억원)를 투자했다. 싸이파이브는 RISC-V 최초 개발자 중 한 명인 한국인 이윤섭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포함해 미국 UC버클리 학자 세 명이 공동 창업했다. 이외에도 RISC-V 기반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그렌델을 연내 개발 예정인 캐나다 AI 반도체 팹리스 '텐스토렌트', 지난해 실시간 임베디드 CPU를 상용화한 영국 IP 업체 '이매지네이션' 등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세미코리서치는 RISC-V 기반 CPU IP가 5년 동안 연평균 34.9%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도 보고서를 통해 RISC-V 시장이 적극적인 투자로 2021년 4억달러에서 2024년 10억달러로 3년 새 2.5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전 세계 설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인텔과 ARM도 RISC-V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인텔은 작년 2월 10억달러를 투자해 RISC-V 생태계 확대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최근엔 싸이파이브와 인텔4 공정을 활용한 RISC-V 칩 생산에도 합의했다. ARM도 RISC-V를 기반으로 한 저전력 아키텍처를 개발 중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탈중국에 맞서 반도체 자급자족 위한 대응책 중 하나로 RISC-V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RISC-V를 사용해 설계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본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이자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이 미국의 주요 동맹인 만큼 중국은 ARM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ARM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IP 사용료를 올리고 최근에는 타사 기술을 적용하는 데도 제한을 걸고 있어 고객사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면서 "전세계 주요 IP 및 팹리스 업체들이 RISC-V 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연내 다양한 RISC-V 기반 제품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 RISC-V IP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화 기자 choij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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