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월 무역수지 최대 적자…2월 對中 전년比 44%↓
유가↑·반도체 등 제조업↓·中 리스크로 수출↓
상의·무협, 韓 경제위기 극복 방안 모색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 육성으로 체질 개선
中, 중간재 품질경쟁력·소비재 수요자 맞춤 공략
단기간 中 배제 어려워…추가 수출시장 확보 必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전 세계 공급망과 산업구조 개편으로 수출 위주인 한국 경제 시스템에 적색 경보가 울리고 있다.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선언했지만 대중 수출 의존도를 축소하고 수출입 구조를 다변화하는 등 우리 산업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스경제>는 대한상공회의소 국제본부와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연구위원,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에게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산업구조 개편 △무역수지 적자 탈출구인 대중무역 개선과 리오프닝 기대효과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미중 갈등 속 대응 전략 △공급망 재편을 위한 수출시장 다변화 등 우리 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혜안을 들어봤다. 

컨테이너 하역작업 중인 부산 감만부두 모습. /사진=연합뉴스
컨테이너 하역작업 중인 부산 감만부두 모습. /사진=연합뉴스

1일 관세청과 한국은행 등 업계에 따르면 1월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 적자로 월간 기준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다. 지난달(1~20일)에도 무역적자 규모가 6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1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또 반도체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3.9% 줄었고 대중국 수출은 22.7% 감소했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19.9%)이 20% 아래로 떨어진 건 2008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반도체 수출 감소, 공급망 재편 추진으로 인한 중국 리스크가 무역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더불어 무선통신기기와 가전제품, 컴퓨터주변기기 등 주요 제조업종도 부진한 탓이다. 여기에 기대를 모았던 중국 리오프닝에도 대중 수출은 아직 정체 상태다.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미중 갈등 역시 우리나라 수출 실적을 더욱 악화시키는 위험 요소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한국이 반도체 등 중간재 위주 수출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글로벌 경기 악화의 타격을 크게 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협과 한은 등은 올해 한국 수출 규모가 3~5% 줄어 경제성장률은 1%대로 세계 평균의 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이 경제·지정학적 복합위기에 봉착한 한국 경제가 글로벌 산업구조 재편에 발맞춰 체질개선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무역수지 적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견해다.

전문가들도 강도 높은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산업구조 개편을 위한 전략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 등 신시장 개척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재·정밀화학제품 등 고부가가치 수출 품목 발굴 △리밸런싱 미중 전략 △정부의 기업 활동 지원 및 국내 투자 증가 등을 강조했다.

전기 및 광학 기기의 對미국, 對중국 부가가치수출 분해, 자료는 ADB 다지역산업연관표. /사진=상의
전기 및 광학 기기의 對미국, 對중국 부가가치수출 분해, 자료는 ADB 다지역산업연관표. /사진=상의

◆ 기술경쟁과 미중갈등, 자국우선주의 등 심화로 우리 수출 침체와 공급망 불안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산업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복합위기 속에서 우리 산업을 보호하고 경제가 성장하려면 국내 제조업 등 산업 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떤 방식의 구조 개편을 말하는 것인가?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제조업의 구조 개편은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정책적으로 추진해 왔던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 육성 정책 목표와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을 정책적 측면에서 일관성을 갖고 꾸준히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

◆ 중국 리오프닝 영향으로 올해 2분기부터는 반도체 등 산업이 수혜를 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수출 목표를 높였지만 현재 대중 수출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각 연구기관의 예상대로 우리나라가 연내 수출 회복세를 보일지 아니면 일부 우려와 같이 이전과 같은 대중무역을 기대하기 어려울지? 그렇다면 대안은?

대한상의 국제본부 연구의원) 중국은 3월 초 양회 개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진핑 3연임 지도체제를 구축하고 내수경기 진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시국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소비진작 및 산업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될 예정이고 이에 따라 우리 산업도 대중 수출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중 교역에 있어서 가장 큰 수혜 업종인 반도체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일부 회복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에 따라 장비 투입에 큰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차전지의 주 소재인 핵심광물자원을 비롯한 많은 소재와 부품 및 중간재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대중 무역수지의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 대안으로 우리나라 대중 교역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재 제품의 경우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경쟁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고 소비재의 경우 중국 수요시장을 세밀하게 구분해 수요자 맞춤형 제품으로 공략해야 한다.

홍지상 무협 연구위원) 사실상 작년과 재작년은 단가가 지배적인 한 해였다. 물론 최근 수출부진으로 적자가 악화된 것도 맞지만 무역수지는 물량과 단가가 같이 적용된 결과치라 큰 폭의 유가 상승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금 유가가 점차 내려가고 있는 추세라 유가가 안정되면 수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 대중 수출 부진이 무역수지 적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미중 관계를 지금과 같은 줄타기 전략을 유지해야 할지 아니면 어느 한 국가에 좀 더 비중을 둬야 할지?

상의 SGI 연구의원) 국가의 수출 및 기업의 경영전략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거래 상대방의 다변화는 중요하다. 다만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22.8%, 수입 비중은 21.1%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워낙 커서 기업들이 단기간에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략적인 품목 외에 미중 간의 갈등이 국내 무역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따라서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을 발굴한다기 보다는 중국 외의 추가 수출시장을 확보해두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홍지상 무협 연구위원) 어느 상황에서도 한쪽으로만 올인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중 관계에서도 밸런스를 갖고 대응하는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다.

◆ 미중 갈등 장기화로 인한 중국 공급망 재편 추진으로 수출 구조가 바뀌었고 리오프닝에도 대중 수출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우리 수출 기업들이 공급망 개편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데 인도, 동남아, 중동 등이 거론된다. 이들 지역이 과연 중국 거대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까?

상의 SGI 연구의원)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이외에 중동, 인도, 동남아 등 수요가 늘고 있는 지역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에너지, 원전, 방산 관련 산업이 국내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가들이 한국 기업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우리나라 주력산업뿐만 아니라 신산업을 적극 육성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과거 중간재 수출 중심에서 바이오, 생명과학, 뷰티, 푸드 등 중국의 수입 성장성이 높은 소비재 중심으로 한국의 공급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홍지상 무협 연구위원) 아세안과 중동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을 대체할 수 있냐 없냐 문제보다는 시장을 대체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중국에 올인하는 것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많은 기업들도 인지하고 있다. 인도나 동남아, 중동 등 진출은 당연히 수출 다변화를 위해 이뤄야 할 목표로 봐야 할 것이다.

최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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