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우조선해양·가스公 등 8개社, 집중투표제 채택
다수 기업, 정관상 배제...경영권 방어 차원
정부, 소수주주 보호 위한 '의무공개매수' 내년 도입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시총 200대 기업 가운데 자산규모 1조원인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준수율이 약 6%인 것으로 확인됐다. 집중투표제는 소수 주주 권리 보장 차원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포함해 권고한다. 그러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집중투표제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ESG행복경제연구소 '시총 200대 기업(2001년 기준) 업종별 ESG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대 기업 가운데 지배구조보고서 의무 공시대상자는 127개사다. 이 중 대우조선해양·한국가스공사·강원랜드·KT·KT&G·SK텔레콤·한국전력·포스코홀딩스 등 8곳만 집중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 대우조선해양.

◆ 집중투표제, 소수 주주 대변하는 이사 선임 가능성 높아져
집중투표제 채택 여부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포함된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에서 알 수 있다. 보고서는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투명한 경영을 위해 2017년 도입됐다. 금융당국은 의무 공시 대상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고 있다. 2019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로, 2022년에는 자산 1조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후 2024년 자산 5000억원, 2026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범위는가 확대된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준수를 권고하는 △주주(4개) △이사회(6개) △감사기구(5개) 등의 부문으로 나눠 평가하게 된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이사회 부문에 포함됐다. 

상법상 보장하는 집중투표제는 기존 투표제와 달리 1주마다 이사선임수와 같은 수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이로써 대주주의 권한 독점은 견제하고 소수 주주의 권한은 보호하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를 실시하는 경우, 이사 5명을 선출한다면 1주당 이사 5명에게 각각 1표가 아닌 특정 이사 1명에게 5표를 몰아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소수주주를 대변할 수 있는 이사의 선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는 상법상 임의조항일뿐 기업들은 정관상 배제 조항을 넣어 실행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시행하지 않는 다수 기업은 정관상 배제했다.

◆'정관상 배제' 집중투표제..."경영권 관심 多 기업엔 민감한 부분"
다수 기업들이 정관상 배제하는 이유는 뭘까. 기업들은 집중투표제를 경영권 방어권과 대척점에 있다고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낮은 지분율로도 원하는 후보를 이사로 만들 수 있어서다. 이를 이용해 헤지펀드가 국내기업 이사회를 장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헤지펀드 칼 아이칸 연합이 집중투표제를 통해 KT&G 이사회에 이사 1인을 교체한 바 있다. 

윤용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기자와 통화에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보니 항목을 취사선택해 준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담이나 비용 등 우려 없는 항목들은 바로 시행하지만 집중투표제와 같은 복잡하고, 어려움이 있는 항목은 의사결정 후순위로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권 이슈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은 민감한 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많다"며 "이들 경우 대기업이나 앞선 기업들을 벤치마크하는 경향이 있다. 대게 기업이 채택하지 않았으니, 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변호사는 "오너의 그립이 센 기업도 있어 지배구조는 기업마다 다르다"며 "강성이 아닌 연성 규범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해야하는 근거나 설명이 충분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실효성 의문' 제기...금융위, 소수주주 보호 위한 '의무공개매수' 도입
낮은 준수율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국회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2016년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담은 3개의 상법 개정안(김종인 의원안·채이배 의원안·노회찬 의원안 각각 대표발의)이 2016년 발의됐다. 이후 2020년 박용진 의원안으로 다시 발의했지만 재계의 거센 반대로 입법은 모두 무산됐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아닌 소액주주 보호 제도인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인수합병과정에서 대주주가 아닌 제3자가 상장기업 주식을 25%이상 매입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50%+1주 이상을 보유하도록 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시행한다. 정부는 제도 도입으로 소수 주주와 지배주주 간의 '주주 평등 원칙'이 지켜질 것으로 봤다. 

이 제도에 대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기업의 경영권 변경과정에서 피인수 기업의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원하는 경우, 일반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기업에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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