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의원 "후천적이고 환경적인 요인"
탈모 환자, 20~40대 집중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서울시의회가 2030 청년들에게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하면서 탈모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 청년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탈모가 고민인 청년들은 반색했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어르신들의 고민으로만 생각했던 탈모가 청년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개인적인 문제를 떠나 삶의 질을 저하하게 하는 요소로 변모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병적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국민은 24만3609명으로 2017년 21만4228명 대비 2만9381명(13.7%) 늘었다.
특히 20~40대 탈모인 비중이 증가했다. 지난해 탈모로 진료를 받은 이들 중 30대는 5만2722명(21.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5만2580명), 20대(4만7549명)로 뒤를 이었다. 20~40대가 전체의 62.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소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지난달 27일 서울특별시 청년 탈모 치료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경구용 탈모 치료제 구매 금액 일부를 서울시가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이 의원은 “청년들이 취업 준비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등 후천적이고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탈모가 온다”며 “현대사회에서 외모가 영향을 끼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탈모 스트레스는 심리적 요인으로 연결되며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감은 높아지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의회 차원에서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시에 3개월 이상 주민등록을 하고 거주한 만 19~39세 탈모 청년이 대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범위와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워 예산 규모는 조례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 중인 한 청년은 “탈모약을 구입하는 데 한 달에 3만 원 정도가 든다. 부담이라면 부담인데, 지원해준다고 하면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다”며 “아마 탈모로 고생하시는 분들의 생각은 비슷하다. 외모, 연애, 결혼이 걱정이다. 탈모인만 아는 고통이다”라고 토로했다.
서울시에 앞서 탈모 청년에 대한 치료비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킨 지자체도 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서울특별시 성동구 청년 등 탈모 치료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공포했다. 구는 올해 1억6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1인당 연간 20만 원 한도 내 경구용 약제비 50%를 지원한다.
광역자치단체 중에서는 대구시가 지난해 12월 관련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충남 보령시도 관련 조례를 제정해 탈모 진단을 받은 만 49세 이하에 연간 100만 원 한도 내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청년 탈모 문제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도 거론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후보 당시 "탈모 치료가 곧 연애고 취업이고 결혼이다. 이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절박함이 담겨있다”며 탈모 치료약의 건강보험 확대 적용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조례안을 두고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시민은 “국민의 세금을 청년 탈모 지원에 사용한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스요금, 난방비, 대중교통비 등이 많이 올랐는데 경제적으로 힘든 청년을 지원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의견이 찬반으로 엇갈리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청년 탈모 치료비 지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그는 “청년 탈모는 노년과 달리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는 것도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형평성이다. 예를 들면 여드름 치료가 있다. 또 비급여 질병 중에서 라식, 라섹도 있다. 시의회에서 활발하게 토론해 달라. 청년 탈모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몇 가지 질병과 비교해 무엇이 더 시급하고 필요성이 있는 지원인지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16일부터 20일까지 의견수렴을 마친 이 조례안은 오는 3월 10일까지 열리는 제316회 시의회 임시회에서 상임의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뒤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최종 제정된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