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집중투표제 등 '이사회' 부문 미준수율 가장 높아
업계 55%, 주총 4주 전 소집 공고 미준수...평균 23.8일 전 공고 내
전년 대비 미준수율...효성티앤씨↑- 한화솔루션·SKC↓
LG화학 구미 양극재 공장 조감도. / LG화학 제공.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소수 주주를 위한 '집중투표제'가 화학·장업계에서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업계에서 채택한 기업이 없어서다. 이밖에 이사회 독립성도 다수 기업이 지키고 있지 않아,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SG행복경제연구소 '시총 200대 기업 업종별 ESG 통계자료'에 따르면 시총 200대 기업을 15개 업종으로 분류해 '15대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현황을 조사한 결과, 화학·장업종 22개사의 미준수 건수는 4.9건으로, 200대 기업 평균(4.6건)보다 높았다.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은 금융당국이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권고하고 있다. 핵심지표는 크게 △주주(4개) △이사회(6개) △감사기구(5개) 등의 부문으로 나눠 평가하게 된다. 의무 공시 대상은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서 지난해 자산 1조원 이상인 상장사로 확대됐다. 

화학·장업종 가운데 의무 공시 대상은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포스코케미칼·아모레퍼시픽·에쓰오일·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SKC·금호석유화학·쌍용C&E·한솔케미칼·KCC·효성첨단소재·SK케미칼·OCI·효성티앤씨·코오롱인더스트리·롯데정밀화학·동원시스템즈·한일시멘트 등 22곳이다.

포스코케미칼 전남 광양 양극재 공장 전경. / 포스코케미칼 제공.
포스코케미칼 전남 광양 양극재 공장 전경. / 포스코케미칼 제공.

◆'이사회' 부문 미준수율 가장 높아...주주 배려·이사회 독립 부족
화학·장업계의 지배구조 핵심지표에서 '이사회' 부문의 미준수율(48%)이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집중투표제'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항목은 각각 100%, 77%가량의 미준수율을 보였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1주당 1표가 아닌 선임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갖게 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대주주 권한독점은 막고, 소수주주의 권한을 보호하려 나섰다. 

그러나 화학·장업계는 모두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에 기업들이 이사회 구성에 있어 소액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반영하는 데에 소극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SDI·LG화학·아모레퍼시픽·에쓰오일 등 대다수 기업이 정관상 배제했다. 이는 상법상 임의조항이어서다.

이사회 독립성을 위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는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SKC·쌍용C&E·SK케미칼을 제외한 17개사가 시행하지 않았다. 

포스코케미칼·아모레퍼시픽·롯데케미칼 등 다수 기업은 대표이사가 의장직을 겸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업무 집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관과 이사회 운영기준에 따라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이 됐다"고 밝혔다.

한솔케미칼 관계자는 "효율적인 의사결정 및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표이사가 이사회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대표이사는 사외이사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밖에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 항목은 업계 59%가량이 준수하지 않았다. 미준수 이유에 대해 포스코케미칼과 에쓰오일 등 대다수 기업이 '명문화한 규정이 없음'을 들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사회는 승계정책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후보군 유겅 프로그램, 대표이사 유고 시 대리규정 등은 운영 중이나 최고경영자 승계규정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주주' 부문에서는 '주주 총회 4주 전 소집 공고 실시' 항목의 미준수율이 55%가량 됐다. 화학·장업계는 평균 23.8일 전에 주총 소집 공고를 냈다. 삼성SDI·포스코케미칼·에쓰오일 등은 상법상 의무 기한인 2주는 준수했지만, 주주 배려차원의 권고 기한인 4주는 지키지 않았다. 

'감사기구' 부문에서는 업계 50%가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항목을 준수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감사위원회 혹은 기관이 있지만, 경영진과 완전한 분리가 되지 않아 미준수로 기재된 기업들이 많았다.

삼성SDI 관계자는 "경영진에게 완전히 독립된 조직은 미설치했다"고 밝혔다. KCC 관계자는 "감사위원회 업무 수행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원조직으로 경영진단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구조상 대표이사 산하에 있으므로 인사권 및 예산권 등이 감사위원회에 있지 않은바 완전한 독립성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 역시 "감사위원회 산하에 경영진으로 독립된 외부전문가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평가 지원 및 감사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단 내부감사부서는 감사위원회 산하에 있지 않으므로 해당 지표 준수 여부를 'X'로 기재했다"고 전했다.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 금호석유화학 제공.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 금호석유화학 제공.

◆금호석유화학, 미준수율 '60%'...효성티앤씨, 전년 대비 미준수율↑
기업별로 금호석유화학은 '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항목을 준수하면서 직전 보고서 대비 미준수율을 낮췄다. 다만 15개 항목 가운데 9개 항목을 시행하지 않아, 업계뿐만 아니라 200대 기업 내에서도 준수율은 하위권을 기록했다.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등은 기업들의 준수율이 높은 편이므로, 이 항목들을 시작으로 준수율을 높여가는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티앤씨의 경우 직전 보고서에서는 준수했던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항목을 이번에는 지키지 않아, 미준수율이 높아졌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관련 정책 수립 및 시행 중이다. 다만 기업 가치 훼손 또는 주주 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임원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화솔루션과 SKC는 직전 보고서 대비 2개 항목을 시행하면서 준수율을 끌어올렸다. 한화솔루션△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등의 항목을 준수했다. 배당정책을 비롯해 리스크 관리·준법 경영·내부 회계 관리·공시 정보 관리 등 관련 정책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SKC는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최고경영자 승계정채(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 등을 시행했다. 이에 대해 SKC 관계자는 "2021년 신설된 인사위원회를 통해 사내 최고경영자 후보군 풀 상시 관리를 통한 검증 절차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정라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