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8개월 간 발생한 중대재해 443건‧사망자 446명
‘제1호 기소’ 두성기업 “해당 법 규정 모호해”
노동부 “연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마련할 것”
추락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의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 / 연합뉴스
추락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의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중대재해에 법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연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난 15일 경기 SPC 그룹사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20대 근로자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SPC는 사고 후 근로자들을 바로 작업에 투입시키는 등 미흡한 사후조치로 사회적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지난 21일에는 경기 안성시에서 시멘트 타설 작업 중 주저앉은 거푸집에 근로자 3명이 추락해 숨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올해 1월27일 시행된 법으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위 사례과 같이 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 끊임없는 중대재해…구속된 책임자는 '0명'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법 적용을 시작한 1월27일부터 9월30일 사이 중대재해는 443건이 발생했고 446명이 사망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6일 기준 산업재해는 432건 일어났고, 사망자는 448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는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각 조사기관 마다 수치가 조금씩 상이할 수 있다는 것이 노동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듯 중대재해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막상 구속된 경영책임자는 한 명도 없다. 기소된 사건도 단 2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 ‘제1호’로 기소된 두성기업은 해당 법의 규정이 불명확하며 사업자가 부담하는 형사 책임이 크다는 이유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에어컨 부품 제조사인 두성기업은 지난 2~3월 세척제 유독 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에 노출된 노동자 16명이 급성 간 중독에 걸려 기소됐다.

중대재해법의 규정이 모호하고 책임 과잉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전부터 제기돼왔다. 지난 8월 25일 법무법인 율촌의 중대재해센터는 해당 법의 규정 중 ‘충실히 수행’, ‘이에 준하는 자’ 등 형사처벌에 관한 규정임에도 용어가 불명확하고 포괄적인 점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고용노동부 “연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마련할 것”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 24일 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 한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을 구축해 산재사망 사고를 5년 안에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로드맵을 통해 각 사업장마다 노사가 함께 작업 매뉴얼을 만드는 등 자율·예방 측면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장관은 "조만간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로드맵,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감독을 훨씬 더 강하게 하는 등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드맵은 당초 올해 10월까지 마련될 예정이었지만 미뤄져 연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근로자가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노동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인데 중대재해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측면도 있어 정말 안타깝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9개월가량 됐는데 법이 적용되는 대상에서는 중대재해가 오히려 늘고 적용 안되는 곳은 약간 줄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 등에겐 처벌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장관은 법 조항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받아들여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안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법령에 명시된 ‘충실한’ 등 모호한 표현을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중대재해법이 후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개최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구상을 위한 공청회’ 발제를 맡은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교수가 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아주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분이 발제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이 교수는 이날 ‘산업안전보다는 응급의료 체계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망률이 특히 높은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정식 장관은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을 만드는 취지가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뜻”이라며 “거기에 맞게 실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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