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우조선해양, 3300억대 쇄빙선 5·6월에 한 척씩 계약해지 통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스위프트 퇴출이 원인
"러시아 반응 기다린 뒤 다음 스텝 밟겠다"
LNG선 호황, 더 좋은 선주 나타날 수도…악성 재고자산 가능성은 작아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러시아에서 주문받은 LNG 쇄빙선 계약 해지를 선주 측에 알렸다. 대우조선해양은 일단 선주 반응을 기다린 뒤 쇄빙선을 어떻게 처리할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선박 건조 대금 미입금을 이유로 LNG 운반선 한 척의 계약 해지를 선주에 통보했다.

이 배는 지난 2020년 10월 유럽의 한 선사가 주문한 3척 중 하나다. 계약금액이 당시 일반 LNG 선가 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3379억원이라는 점을 볼 때 러시아 선사와 계약한 LNG 쇄빙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얼음을 뚫으면서 LNG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배에 쓰이는 철판이 훨씬 두껍다. 방한 장비도 들어가다보니 일반 LNG선과 비교해 50% 이상 비싸다"며 "러시아 측이 발주한 LNG 쇄빙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년 8개월 전 LNG 쇄빙선을 총 3척 주문받아 내년 7월 인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가 국제금융결제시스템 스위프트에서 퇴출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러시아 측이 돈을 준비해도 국내 조선사들이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지난 5월 18일 대금 미입금을 이유로 한 척의 계약 해지를 러시아 선사에 알렸고, 지난 달 말 또 한 척의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지속된다면 마지막 남은 한 척의 계약해지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2년 전 국내 조선업계가 어려울 때 단비와 같았던 러시아 측 LNG 쇄빙선 주문이 이젠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시장엔 전쟁 장기화에 따라 러시아 리스크가 하나 둘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이제 막 계약 해지를 전한 만큼 러시아 선사의 반응을 기다린 뒤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공정이 절반도 진행되지 않은 만큼 쇄빙선의 향방도 다각도로 검토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당 쇄빙선은 블록(선체를 수십∼수백개 단위로 조각내 조각을 만드는 과정)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선박의 진수까지 총 5단계 중 2단계라고 보면 된다"며 "선사 측이 다른 입금 루트를 제시하는 등 방법을 마련해 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러시아 측)답변이 구체화되면 계약 해지가 확정될지 판가름 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선가가 높기 때문에 일반 LNG선 선주가 구매하긴 어렵다"며 "LNG 쇄빙선 운영하는 회사들이 (러시아 외에도)여럿 있다고는 들었다. (선박을 더 만들지 않고)해체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대우조선해양이 LNG 쇄빙선 때문에 수천억의 악성 재고자산을 떠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최근 LNG선 호황을 거론하며 이를 일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NG 쇄빙선이 7∼8년 전 국내 조선사들을 악몽에 빠트린 드릴십(심해 시추선)처럼 악성 재고자산으로 남을 가능성은 작다"며 "러시아 리스크라고 하지만 최근 LNG선 가격이 치솟는 만큼 (러시아 측과)계약 해지 뒤 더 많은 가격을 제시하는 선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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