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LNG 수주 급등, 후판가 안정으로 이익 개선 도모
철강업계, 후판 수요가 공급 추월…"인상 요인 아직 남아"
신중한 눈치싸움 속 '동결' 가능성 점점 커져
[한스경제=김현기 기자]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들이 올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지난 2020년 이후 상향 곡선을 그린 후판가격이 1년 6개월 만에 동결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두께 6㎜ 이상 철판을 가리키는 후판은 선박 한 척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조선사들 입장에선 가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후판 가격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 도쿄 하계올림픽 1년 연기에 따른 일본산 제품 저가 판매 등으로 톤당 60만원까지 내려갔으나 이후 철광석 및 제철용 연료탄 가격 급등으로 반기마다 10만∼40만원씩 올랐다.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은 130만원 안팎으로 2년 전과 비교해 두 배가량 뛰었다.
이에 따라 조선사들은 LNG선 등 해외 선사로부터 고가의 선박 수주를 받고도 이익 내기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수년 전 수주할 때보다 후판가가 예상을 뛰어넘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올 1분기 1조4838억원 매출액을 올렸으나 후판가 추가 상승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을 800억원가량 반영하면서 영업손실이 949억원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2분기에도 후판가 인상분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은 500억원 안팎의 공사손실충당금 추가 설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초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공사손실충당금이 커지면서 불가능하게 됐다"며 "LNG선 수주가 계속 늘어나는 등 선박량에 대한 걱정은 없다. 후판 가격이 내려가면 내년 혹은 2024년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강업계의 판단은 조선업계와 다르다.
철강사들은 수주가 늘어난 만큼 후판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겠지만 공급을 당장 충족시키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광석과 연료탄 가격이 올 들어 내려가고 있으나 수요 급증에 따른 후판가 인상 요인이 아직 충분하다는 얘기다. 국내 조선업계가 코로나19 이전까지 불황을 겪었기 때문에 철강사들이 후판 생산보다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차량용 강판 생산에 신경썼다는 점도 역설하고 있다.
조선사와 철강사 양 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쳐지면서 양 측의 눈치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최소 후판가 4회 연속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주변에서도 당분간 현 상태 유지를 마지노선으로 잡겠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어 후판가 동결으로 가닥잡힐 확률이 높다.
증권가 역시 하반기 후판가 동결 혹은 소폭 인하를 전제로 각 조선사 영업손실 축소를 내다보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조선사들이)후반기엔 후판 가격이 안정세를 탈 것으로 가정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현기 기자 propagand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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