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베이징현대 1조2000억원 증자…“전기차 경쟁력 강화”
둥펑위에다기아도 지분 구조 재편하고 새 브랜드 준비
아세안 공략 거점으로 인니 공장 준공…일본도 재도전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유독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에 시동을 건다. 아울러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까지 나서면서 아시아·태평양 권역 전반의 사업을 강화한다.

현대차의 중국 사업 파트너인 베이징차는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현대차와 합작법인 베이징현대 자본금을 9억4218만달러(약 1조2000억원) 증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증자금은 양사가 절반씩 부담하며 오는 6월과 12월까지 반씩 납입할 예정이다. 베이징현대 지분은 기존대로 현대차와 베이징차가 50대 50을 유지한다.

이로써 현대차는 베이징차와 합작 구조 지속을 공고히 했다. 과거 중국에서는 외국 기업이 자동차사업에서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현지 기업과 합작 회사를 꾸려야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외자 투자 비율 제한이 철폐되면서 외국 기업들이 지분을 늘려 현지 사업 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증자 결정은 현지 사업이 부진에 빠져 연간 손실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베이징현대는 2016년 중국 연간 판매량이 114만대에 달했지만 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급감하기 시작해 2019년 65만대, 2020년 44만대, 지난해에는 38만5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2년간 손실액은 2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현대차와 기아의 현지법인 합산 점유율도 2016년 7.35%에서 지난해 1.7%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그룹이 북미와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전용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 8.7%를 기록했고 미국에서도 역대 최다 판매량을 올리며 점유율 9.9%로 5위 기업이 됐다.

중국에서의 부진은 그간 현대차가 무기로 삼던 가격 경쟁력이 현지 기업들의 상품성 발전에 따라 퇴색됐고 수입차로써는 유럽 브랜드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져 시장 포지션이 애매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그간 선보인 현지 특화 모델들도 큰 반향을 이끌지 못해 제품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제너럴모터스(GM) 등 중국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와 지리차, BYD 등 현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는 가운데 현대차는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모델 투입이 늦어져 시장 선점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에서 지난해 팔린 전체 승용차 중 전기차는 298만9000대로 전년 대비 169% 급증했다.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베이징현대의 증자도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베이징차는 공시에서 “이번 증자는 자금 운영 안정성을 도모하는 가운데 자동차산업 전동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투입되는 자금 대부분이 전기차 시장 공략 강화에 쓰일 것임을 시사했다.

현대차는 매년 중국에 친환경차 신차를 출시해 2030년까지 13개의 전동화 라인업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 진출을 선언한 제네시스는 상하이 등 4곳에 브랜드 거점을 구축하고 올해 G90·GV70 전기차와 전용 전기차 GV60 등을 투입한다. 

기아도 지난달 중국 파트너사인 장쑤위에다와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에 9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존 3자 체제를 구성하던 둥펑자동차가 빠지면서 양자 체제로 전환, 다음달 베이징모터쇼를 통해 새로운 사명과 브랜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기아는 올해부터 중국에 출시하는 신차에 안전·기술 사양을 대폭 늘려 상품성을 강화하고 주력 판매 차종도 글로벌 전략 모델로 재편한다. 동시에 내년 전용 전기차 EV6를 시작으로 매년 전기차 신차를 중국 시장에 출시해 2027년까지 6종의 전용 전기차 풀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올해 중국 시장 판매 목표치를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37만대, 20.4% 증가한 18만5000대로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도 전개할 방침이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중국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신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지난 16일 준공식을 개최한 인도네시아 공장을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거점으로 삼아 6억 인구에 달하는 아세안 주요 국가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 자동차 시장은 2025년 약 358만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총 투자비 15억5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가 투입된 인도네시아 공장은 향후 연간 25만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올 상반기 중 주력 SUV 싼타페를 생산하며 하반기에는 아세안 전략 모델로 개발한 소형 MPV가 만들어진다.

아울러 현대차는 실적 부진으로 2009년 철수했던 일본 승용차 시장에도 12년 만에 다시 도전한다. 전기차 시대에 맞춰 현지 법인명을 현대모빌리티재팬으로 변경하고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수소전기차 넥쏘를 먼저 선보이며 온라인 판매, 현지 차량공유 업체와의 협업 등 새로운 전략을 시도한다.

김정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