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중개 플랫폼 ‘오토벨’ 등 그룹 시너지 기대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고차사업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중고차 시장 진출에 따른 그룹 차원의 시너지와 소비자 편익 증대 효과가 기대되는 한편 독점적 지위와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도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초 경기 용인시청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을 냈다. 이어 기아도 지난 19일 전북 정읍시청에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했다. 이는 자동차매매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660㎡(약 200평) 규모의 전시장을 보유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중고차사업은 현대차그룹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숙원 사업이다. 2013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 진입이 막혀있었지만 2019년 2월 지정기한이 종료되면서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중고차업계는 시장 방어를 위해 바로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오는 3월로 결정을 연기, 2년여 동안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기존 중고차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3일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중소기업중앙회에 중고자동차 판매업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7일에는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공동 참여했다.
이 와중에 중기부는 지난 13일 현대차그룹에 중고차 매매 사업개시 일시 정지 권고를 내렸다. 권고에 따라 현대차는 매입 등 판매행위를 중단해야 하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1억원 수준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기존 중고차 계의 반발 등을 고려해 그간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중기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하면서 관련 사업 계획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기부의 권고는 직접적인 판매에 대한 것으로 사업 준비에는 문제가 없다”며 “정부의 (생계형적합업종) 결론이 나오고 중고차 시장이 개방될 경우 진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 플랫폼 구축을 통한 시장 생태계 조성에도 나섰다. 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일 중고차업계와 소비자를 잇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통합 플랫폼 ‘오토벨’을 선보이며 중고차 매매업체에 판로 공급과 상생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신뢰도 높은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관리에 나설 경우 시세와 브랜드 경쟁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제조사가 직접 수행하는 차량 점검과 순정부품 사용 등으로 신뢰도를 높이고 이에 따라 시세가 높아지면 중고가격 방어가 수월해져 신차 판매에도 도움이 된다.
자동차 생산부터 중고 거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신규 서비스·사업 발굴도 가능해진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을 통한 할부 등 각종 자동차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만큼 자동차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미 다수 수입차 브랜드는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국내 완성차업계의 시장 진출을 막는 것이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업체의 공식 보증을 받는 차를 구매하고 판매사는 중고차 전시장까지 대고객 서비스 접점을 늘리는 마케팅 효과를 누린다.
미국에서도 이 같은 시장 효과를 노리는 제너럴모터스(GM)가 올해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카브라보’를 선보이고 자사 브랜드 쉐보레, 뷰익, GMC 딜러 보유 차량과 금융 자회사 GM파이낸셜이 렌터카업체로부터 회수한 차량 등을 판매할 예정이다.
중고차업계는 대기업과 경쟁하면 소상공인 위주인 기존 매매상 상당수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반대한다. 국내 등록 차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절대적인 시장 영향력을 갖게 돼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중고차 가격 상승 우려도 있다. 완성차업체의 공식 정비 과정을 거치는 중고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고 대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 평균 가격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수입 인증 중고차 가격은 기존 중고차 시장 매물 대비 높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장 생태계가 확장돼 일부 소규모 매매상의 불건전 거래 행위 등에 따른 부정적인 시장 인식을 개선할 것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다 체계적인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편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4월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대학교수 2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1.4%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혼탁하고 낙후된 중고차 시장을 투명하고 선진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정우 기자 tajo819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