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의존도 날수록 높아지는데… 돌발 행동 막을 장치 전무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국내 프로스포츠는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4대 프로스포츠(축구, 배구, 야구, 농구)의 경우가 그렇다. 외인의 활약에 따라 팀 성적이 올라가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선수의 오만한 태도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OK금융그룹의 경기가 열린 지난 15일 장충체육관. 양 팀 감독은 경기 전과 후 번갈아 가며 고개를 숙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우리카드의 외국인 선수 알렉산드리 페헤이라(31·등록명 알렉스)였다. 그는 지난 1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홈 경기 4세트에서 네트를 맞고 자신에게 돌아온 공을 잡아 대뜸 관중석을 향해 걷어찼다. 다행히 공이 향한 곳에는 관중이 없었지만, 경기와 무관하게 공을 발로 차 감정을 표출하는 행위는 프로답지 못했다.
경기 후 알렉스는 팬들을 향해 사과의 말 대신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그랬다.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했다. 선수들도 내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뒤 이번에는 OK금융그룹 외인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32·등록명 레오)가 알렉스와 똑같은 행동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레오가 찬 공은 관중 밀집 지역으로 향하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경기 후 레오는 "모두 내 잘못이다. 팬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관중석을 향해 공을 걷어차 논란을 일으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승리 수훈 선수로도 꼽혔다. 본인의 화를 못 이겨, 또는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유 같지 않은 이유에 불과했다. 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외국인 선수 논란은 V리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스포츠 전반적으로 그간 문제가 돼왔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펠릭스 호세(57)는 '검은 갈매기'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사랑 받는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불 같은 성격이 문제였다. 분을 참지 못하고 관중석에 배트를 던진 것과 삼성 라이온즈 투수 배영수(41·현 두산 베어스 코치)에게 돌진해 주먹을 날린 상황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삼성의 외국인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33)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로진백을 집어 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유니폼 상의까지 벗어 던졌다.
프로농구에서는 트로이 길렌워터(34·산동 라이온스)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2014-2015시즌부터 2시즌 동안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창원 LG 세이커스에서 뛰며 뛰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 뒤에 따라온 오명은 바로 벌금왕. 한때 한 시즌에만 9차례의 테크니컬 파울을 범해 벌금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프로축구 K리그 외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데얀(41·킷치)은 2011시즌 종료 후 중국 구단으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받았으나, 당시 소속팀이었던 FC서울이 이적을 불허하자 불만을 품고 고의로 태업을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제는 외국인 선수들이 왜 이런 장면을 반복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계속 방치했다가는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언제까지 외국인 선수들에게 끌려갈 것인가. 외국인 선수들을 올바르게 관리하지 못한 구단, 연맹 등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갈수록 외국인 의존도는 높아만 지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