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FA 시장 총액 1000억 원 시대 눈앞
두산·한화·키움·KT 팬, 트럭시위로 구단에 항의
KBO리그 '그들만의 리그' 전락 위기
히어로즈 팬들이 29일 오전 키움증권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히어로즈 팬들이 29일 오전 키움증권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프로야구 팬들이 프리에이전트(FA) 투자에 인색한 구단 행보에 단단히 뿔이 났다. 성난 ‘팬심’의 배경에는 유난히 과열된 FA 시장이 있다. FA 1호 계약자인 최재훈(32·한화 이글스)을 시작으로 29일 박병호(35·KT 위즈)까지 13명 계약 총액이 967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 2016년 역대 최고 FA 계약 총액(766억2000만 원)은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그렇다 보니 영입전에서 물러난 구단 팬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두산 팬들은 20일부터 23일까지 "매년 떠나가는 선수들", "더 이상 선수들과 작별 인사는 그만하고 싶다" 등 문구가 담긴 트럭을 동대문두산타워와 분당두산타워, 잠실야구장 등지로 보냈다. 또 두산 팬 일동은 공식 성명을내고 "2015시즌 김태형 감독 부임과 함께 황금기가 찾아왔다. 3번의 우승과 7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위업을 이뤄냈고, 팬들은 환호했다"며 "그러나 구단은 이 황금기를 이끈 '우리 선수' 8명이나 FA로 떠나보냈다. '사람이 미래'라면 베어스에 미래는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두산은 이원석(35·삼성 라이온즈), 김현수(33·LG 트윈스), 민병헌(34·은퇴), 양의지(34·NC 다이노스), 오재일(35·삼성), 최주환(33·SSG 랜더스), 이용찬(32·NC), 박건우(31·NC) 등을 붙잡지 못했다. 물론 허경민(31), 정수빈(31), 김재환(33) 등은 잔류시켰지만,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출혈이 컸던 게 사실이다. 팬들은 "두산 그룹이 지금까지 베어스를 이끈 공로는 분명히 인정받아야 한다"면서도 "자본의 투입과 경쟁 체제로 이뤄지는 프로스포츠에서 냉정하게 프로야구단을 정상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인지 묻고 싶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동대문 두타몰 광장에서 17일 두산 팬들이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두산 팬 커뮤니티 제공
서울 동대문 두타몰 광장에서 17일 두산 팬들이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두산 팬 커뮤니티 제공

트럭 시위는 두산 팬만 펼친 게 아니다. 한화 팬들도 한화빌딩과 여의도 63빌딩으로 "아껴야 할 건 예산이 아니라 팬이다"라는 문구를 적은 트럭을 보냈다. 최근 2시즌 연속 꼴찌에 머물고도 외부 FA 영입에 나서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한화는 내부 FA인 포수 최재훈과 5년 총액 54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새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31) 영입을 끝으로 스토브리그를 마감했다. 한화 구단은 뿔난 팬들을 향해 "구단의 육성 기조에 따른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을 함께해 주신 여러분의 응원을 잊지 않겠다. 우리의 방식도 팬 여러분과 함께할 때 의미가 있다"고 해명했다.

키움 히어로즈도 간판타자 박병호의 KT 이적에 분노를 표출했다. 히어로즈 팬들은 29일 오전 키움증권 본사 앞으로 "팬들만 히어로즈의 심장 박병호를 기억하는가?", "박병호 없는 히어로즈는 의미 없다" 등 구단을 성토하는 문구가 적힌 트럭을 배치했다. 최근 박병호의 KT 이적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로만 들렸던 박병호의 KT행이 29일 전격 발표됐다. 박병호는 KT와 3년 총액 30억 원(계약금 7억 원, 연봉 20억 원, 옵션 3억 원)에 계약을 마쳤다. 박병호의 이적 소식이 전해진 뒤 트럭 시위는 물론 키움 구단 홈페이지 '영웅 게시판'에는 팬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 박병호의 FA 협상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야시엘 푸이그(31)와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강민국(29)을 영입하면서 공분을 샀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구단 창단 후 첫 통합 우승을 차지한 KT마저 일부 팬들의 원성을 샀다. "우리도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며 트럭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재정 운영이 어렵다는 말은 이젠 '엄살'이 됐다. FA 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면서 합리적인 소비는 이젠 옛말이다. FA 계약 총액 1000억 원을 눈앞에 뒀지만,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한 순 없다. 그저 '그들만의 잔치'라는 수식어는 이젠 떼려야 뗄 수가 없게 됐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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