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테일러·평택팹 확장·2030비전 제시
6G 표준화 일정 공개·선행 기술로 리더십 발휘
AI와 로봇 연결한 미래홈 'CES 2022'서 첫 선
바이오, 4공장 완공 시 글로벌 1위 도약
[한스경제=최정화 기자] "신사업을 발굴해 사업을 확장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당연한 책무입니다." 2020년 12월 30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후 진술한 내용 중 일부다.
지난해 8월 광복절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부회장은 약 3개월간 경영 복귀를 서두르기 보다는 조용한 행보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말 미국 출장을 계기로 그의 경영 시계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 행보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파격적인 연말 인사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뉴삼성에 시동을 걸었다.
그간 경영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이 부회장의 광폭 행보가 이어진 최근 3개월간 삼성을 둘러싼 빅이슈 셋을 들여다보면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인 차세대 먹거리가 즐비하게 차려져 있다. 시스템 반도체, 6G(6세대) 통신, AI(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등이 그것이다.
◆이재용, 북미 출장 광폭 행보
지난해 11월 이 부회장의 10박 11일간 미국 출장 여정을 따라가 보면 삼성이 주력하는 신사업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우선 수개월간 미뤄왔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스템 반도체 부문) 2공장을 미국 테일러시로 최종 확정하며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했다. 더불어 하이브리드 팹인 평택 3라인(P3)도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이며 이르면 연내 가동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P2) 역시 2020년 8월부터 가동 중으로 파운드리 생산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팹이다. 이로써 2019년 발표됐던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당시 이 부회장은 이 비전을 선포하며 시스템 반도체 시설 및 연구개발에 171조원 투자를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방문해 6G 통신 테스트도 확인했다. 또 버라이즌 CEO와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와 버라이즌은 2019년 최초로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파트너사다.
또 이 부회장은 4차 산업 핵심인 AI도 집중적으로 챙겼다. 차세대 기술 협력을 위해 다양한 빅테크 기업들과 만나 동맹을 강화하는 등 결속을 다졌다. 이 부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등 파트너들과 만나 AI를 비롯해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메타버스, 클라우드, 자율주행, 플랫폼 등에 대한 협력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7곳의 글로벌 AI센터를 통해 선행 기술을 확보하고, 고성능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가전과 반도체, 무선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 사업에도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모더나와 만나 코로나19 백신사업의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공장 3개를 완공했으며 향후 6공장까지 잇달아 건설 예정이다. 현재 건설 중인 4공장까지 완공되면 제약 분야에서 글로벌 1위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글로벌 제약업체 19위인 미국 바이오젠 인수설도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의약품 외에도 백신,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6대그룹 만찬 회동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6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한 만찬 회동에서도 삼성의 신사업들이 거론되며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시스템 반도체)를 현대자동차에 공급할 것을 제안하며 양사의 협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전월 폭스바겐에 탑재되고 있는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3종을 공개하며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시장 확대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래차 등으로 시장을 넓혀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경계현 반도체(DS) 부문장 사장은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 조직체계를 재정비했다. DS 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안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할 코퍼레이트 플래닝팀을 신설했다. 또 핵심 칩 개발 분야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과 고객사 칩을 설계하는 커스텀SOC 조직을 AP개발팀으로 통합했다. 경 사장은 "미래 준비를 위한 혁신을 가속화하고 차세대 성장 동력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취임 후 첫 메시지에서도 시스템 반도체를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6G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라며 내부적으로 6G 준비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6G에서도 리더십 발휘 중이다. 지난해 7월엔 6G 백서를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6G 비전 제시를 통한 후보기술과 표준화 일정을 공개하고, 6G 선행 기술을 연구 중이다.
◆글로벌 IT·가전 대축제 'CES 2002'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5일 오전(한국시간) CES 기조 연설에서 로봇, AI 등 신사업 청사진을 공개했다. 한 부회장은 개개인에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와 AI·IoT 등 혁신기술로 고도화된 연결된 경험을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 2022에서 미래 먹거리인 신사업 삼성전자 독자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아바타'와 새로운 '삼성 봇'을 최초 공개한다.
AI와 로봇의 연결을 통해 개인의 경험이 디지털과 현실세계 간 경계 없이 연결되는 '사용자 맞춤형 미래 홈'을 제안한다. 집을 하나의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세계로 형상화하고, AI 아바타가 현실세계에서의 고객 위치를 UWB(초광대역통신) 위치 인식 기술로 파악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스마트기기를 통해 고객과 상호 연결되도록 한다.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 2종도 공개한다. 인터랙션 로봇인 '삼성 봇 아이'와 가사 보조 로봇인 '삼성 봇 핸디'로 사용자의 영상 회의를 준비해주거나 저녁 식사를 위한 테이블 세팅을 한다. 특히 삼성 봇 아이는 이번 CES에서 첫 공개하는 로봇으로 사용자 곁에서 함께 이동하며 보조하는 기능과 원격지에서 사용자가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텔레프레즌스 기능을 탑재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폼팩터 다양화를 통해 가정용 로봇의 일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로봇사업화 TF(테스크포스)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로봇 사업의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세계 로봇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지난해 한국은 로봇 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최정화 기자 choij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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