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차·폭스바겐·닛산 등, 연달아 '애플카' 협상 결렬…주도권 배분이 문제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자동차업계와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개발을 모색하던 애플이 연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다. 외신과 관련 업계를 통해 새로운 협의 대상자가 알려질 때마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자칫 애플의 ‘하청업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동차업계에 확산해서다.

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공동개발을 꺼려하거나 협력을 철회하고 있다.

일본 닛산은 애플과의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개발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애플’ 브랜드 사용 등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애플 브랜드를 사용하는 만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한 통제권을 애플이 일임하겠다고 요구했지만 닛산이 이를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닛산 관계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애플과 협상하지 않고 있다”며 “닛산은 산업 혁신을 위한 협업이나 파트너십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 역시 애플과 전기차 공동개발 관련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지난 14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카의 전기차 생산 계획이 미칠 영향에 대해 “별다른 우려를 하고 있지 않고,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산업은 단번에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애플이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설계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고 자금력도 있기에 자동차산업 진출을 도모할 수 있겠으나 두려움을 느낄 상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애플이 가장 먼저 ‘애플카’ 공동개발 파트너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역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의를 진전 시키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다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며 “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애플의 파트너로 언급됐거나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업체들이 연달아 애플과 돌아서거나 협조가 아닌 도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애플이 번번이 협력에 실하는 이유로 업계 간 주도권 조율 과정에서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간 자동차 업계에선 애플과의 협력하는 업체는 애플의 일개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애플을 등진 것도 닛산의 사례와 유사하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애플카’ 협력에 있어서 대만의 ‘폭스콘’처럼 현대차와 기아가 애플의 외주 생산업체 역할을 맡게 되면 크게 얻을 게 없다는 의견이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영진 간 의견이 갈렸고, 이러한 내용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제품 개발에 있어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애플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따라서 애플이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과도한 주도권 사수를 유지하면 차량 생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현재처럼 자동차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는 차가 개발된 뒤 100여년 동안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성장한 만큼 기술력과 안전성, 상품성에서 후발주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수준의 강점을 갖고 있다”며 “차량 생산 기술 및 유통 시스템이 열악한 애플에서 지속적으로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생각이라면 자율주행 전기차 상용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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