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I 확산에 반도체 쇼티지 심화...세계적인 품귀현상 대비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600조원으로 확대
삼성, 평택 4공장 증설분 반영 시 내년 총 110만장 수준 전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시설(팹)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각 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시설(팹)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각 사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의 급속한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세계적인 품귀현상을 맞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시설(팹 fab)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기에다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클린룸을 늘리고 팹 완공을 앞당기는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기 위한 '증설 경쟁'에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액이6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는 2019년 당시 발표한 120조원 규모에서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증액의 주요 원인은 용적률 상향과 최첨단 공정 도입에 따른 비용 증가로 분석된다. 용적률 상향은 동일한 부지에 더 많은 생산설비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내에 최신 D램 및 낸드 공정을 적용해 글로벌 AI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AI용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고성능 DDR5 D램 등 최첨단 메모리 제품의 생산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 기흥 등 기존 팹 증설과 함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확장하며, 글로벌 AI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확산으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 서버,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는 생산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팹 증설뿐 아니라 자동화,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설비 도입 등도 병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600조원 투자는 단순한 생산 능력 확대를 넘어 용인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 클러스터는 향후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반도체 설계, 소재, 장비, 패키징 등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하며 국내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캠퍼스 5공장 공사를 재개하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5공장 투자 규모가 약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가동 목표 시점은 2028년으로 고성능 AI 서버용 D램과 차세대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평택을 ‘메가 팹 클러스터’로 완성해 하이닉스와의 CAPA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구상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메모리 생산능력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D램 월 65만 장, 낸드 월 40만 장 등 총 105만 장 수준으로 추정된다. 평택 4공장 증설분이 내년부터 본격 가동되면 생산량은 월 110만 장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은 공정 효율화와 AI 최적화 설비 투자도 병행하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점유율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처럼 양사의 공격적 CAPA 확장은 글로벌 AI 확산에 따른 수요 폭증이 배경이다. 생성형 AI, 자율주행, 클라우드 컴퓨팅 등 메모리 의존도가 높은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데이터 저장과 연산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의 AI 서버 투자도 메모리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AI 시장의 성장 속도와 반도체 기술 진화 속도를 감안하면 당분간은 수요가 공급을 앞질러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반도체 업계는 AI 시장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까지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생산 방안도 중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팹 증설과 함께 에너지 절감, 폐수처리, 재생에너지 활용 등 친환경 전략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캐파 확대는 단순한 기업의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도 AI와 반도체의 시너지가 글로벌 산업 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AI 시대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두고 기술뿐 아니라 CAPA와 속도의 싸움에 돌입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대형 투자는 단순한 설비 경쟁을 넘어 한국이 향후 메모리 강국 지위를 지킬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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