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EU·프랑스 규제 압박 속 가격 전략·비용 효율성으로 ‘패스트패션 회복력’ 입증
쉬인(Shein)
쉬인(Shein) / 블룸버그 통신 제공

| 한스경제(상하이)=강은수 특파원 | 미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 부활과 프랑스의 제재 조치에도 불구 중국 패스트패션 기업인 쉬인(Shein)의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쉬인은 가격 인상과 비용 효율화 전략을 통해 무역 비용 증가를 상쇄하며 올해 순이익이 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는 환경에서도 이커머스 기반 패스트패션 모델의 회복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쉬인그룹은 지난 7일 투자자들에게 가격 인상과 비용 효율화 전략을 통해 올해 순이익이 2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로 인한 온라인 트래픽 감소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결과로 풀이된다. 예상 순이익 규모는 지난해 전망치였던 11억달러의 약 2배 수준이다. 회사는 올해 매출도 10% 중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쉬인에 밀려 약세를 보였던 서구 패션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에 따르면, 자라(ZARA)의 모회사인 인디텍스(Inditex)는 이번 회계연도 순이익이 8.6% 증가한 69억달러, H&M은 8.8% 증가한 12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패스트패션 업계 전반의 둔화 속에서 쉬인의 낙관적인 연간 전망은 장기간 지연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수익성 개선과는 별개로 규제 리스크는 회사의 성장 궤도에 여전히 가장 큰 변수로 남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지난 5월 중국·홍콩발 소형 소포의 관세 면제 제도(De Minimis Rule)를 폐지해 쉬인·테무(Temu)·알리바바(Alibaba) 등 중국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기존에는 800달러 이하 소형 소포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으나, 폐지 후에는 최대 54%의 관세가 적용된다. 관세 시행을 앞두고 미국 소비자들이 주문을 서두르며 지난 1분기 쉬인의 매출은 100억달러 가까이 급증했고 순이익은 4억달러를 돌파했다.

쉬인은 가격 인상을 통해 관세 비용을 부분적으로 고객에게 전가해 수익성을 방어했다. 또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비용 효율성을 개선해 마진을 지켰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인 테무가 여름 내내 미국 시장에서 소극적였던 점도 쉬인의 광고비 절감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에서도 규제 강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소액 소포에 내년 1분기부터 ‘간소화된 임시 통관 수수료’를 도입할 방침이다.

EU는 현행 150유로(약 25만5000원) 미만의 저가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폐지하고 조속한 시일 내 저가 소포에도 관세를 매길 계획이다. 이는 당초 계획인 2028년보다 2년 앞당겨진 일정이다. 이는 지난해 유럽 소비자에게 판매된 소형 소포 46억건 중 91%가 중국 판매자로부터 유입된 점을 고려한 조치로, 쉬인· 테무·알리바바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아르헨티나 야권에서는 쉬인과 테무 등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자국 내로 반입되는 상품에 30%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쉬인의 첫 번째 글로벌 오프라인 매장이 파리에 문을 여는날 프랑스 총리실은 쉬인의 프랑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전격 폐쇄했다. 이는 쉬인이 프랑스 플랫폼에서 아동용 섹스 인형과 무기 판매가 이뤄졌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이다.

개장 당일 파리 BHV 마레 백화점 앞에는 몇 시간을 기다리는 대기줄이 형성될 정도로 수요가 높았지만, 환경·노동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 반발도 거셌다. 이후 7일 프랑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금지 해제’를 발표해 일시적으로 영업 재개를 허용했으나, 오는 26일 열리는 심리 결과에 따라 프랑스 내 웹사이트 운영 지속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쉬인의 IPO 역시 베이징의 승인을 받아야 하다. 비록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여전히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감독 대상이기 때문이다. CSRC는 중국과 상당한 관련이 있는 모든 기업이 해외 상장 전에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쉬인은 지난 202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밀리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데이터 보안과 공급망 규정 준수 관련 규제 심사로 인해 중단됐다. 이후 런던 이전을 추진했지만, 세무절차와 노동권 관련 문제로 무산됐다. 올해 홍콩 증권거래소에 기밀 유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아직 CSRC에 제출되지 않아 상장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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