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공은 확대·민간은 정체…건산연 "저성장·고비용·고위험 누적된 구조적 위기"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 연합뉴스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국내 건설경기가 ‘수주 회복’과 ‘현장 불황’ 사이의 불균형 국면에 놓여 있다. 표면적으로는 내년 건설수주가 증가세로 돌아서겠지만, 산업 전반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는 진단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에서 “2026년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231조2000억원 규모로 전망된다”며 “다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건설수주는 공공이 시장을 이끌고, 민간은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SOC 예산 확대와 LH 발주 물량 증가, 9·7대책을 통한 공급 확대 기조가 공공부문 수주를 끌어올리지만, 민간 부문은 주택시장 위축과 각종 규제, 공사비 상승 부담으로 수주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건산연은 “6·27대책, 10·15대책 등 주택 수요 억제 정책이 이어지고, 미분양 정체와 PF 리스크, 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 등 안전·노동 규제 강화가 공사 지연과 비용 상승을 초래하며 민간 수주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주가 늘더라도 착공과 생산 활동은 정체돼 있다. 건산연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건축 착공면적은 전년 대비 16% 급감했으며, 건설 기성 역시 18.5% 감소했다. 2024년 5월 이후 월간 기성 감소세가 16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고, 공사 완료 후 미분양은 2만7600가구로 1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대형사를 중심으로 정비사업 수주 호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중견·중소 건설사와 지방 현장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공사 진행은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의 건설경기 부진을 ‘저성장·고비용·고위험이 누적된 구조적 위기’로 규정했다. 국내 건설투자는 2020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올해 역시 1~3분기 연속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저하, 인력 고령화,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비효율이 지속되면서 품질·안전·혁신 투자가 모두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사비 상승(8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 131.0), 높은 차입금 이자율(평균 5.07%),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4.39%) 등 ‘3고(高)’ 요인이 산업 전반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건산연은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산업 위축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이 여전히 대출·거래 억제 등 수요 억제 중심, 그리고 안전·노동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공사 지연, 비용 상승, 재무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산업의 활력을 복원하려면 단기적 경기부양보다 체질 전환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건산연은 위기 극복을 위한 3대 전환 방향으로 ▲미래 수요 대응형 인프라 투자 ▲기술·생산 혁신 ▲ESG·안전 중심 투자 확대를 제시했다. 도심 철도 지하화와 상부 복합개발, 디지털 인프라 및 신산업 연계단지 조성 등 ‘미래형 인프라 투자’를 강화하고, AI·BIM·모듈러 등 스마트건설기술의 실증단지 구축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탄소중립형 도시재생, 노후 인프라 전면 재정비 등 사회적 가치 중심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공이 초기 리스크를 분담하는 리스크 분담형 금융모델을 도입하고, 착공 리드타임 단축과 예산 조기집행을 통해 단기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내년 이후의 건설시장 전망은 단순한 수주 규모보다 어떤 구조로 회복하느냐, 그리고 민간의 활력을 어떻게 되살리느냐에 달려 있다. 건산연은 “건설기업이 생존해야 산업에 전환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단기적 물량 창출 정책을 통한 건설기업 생존 기반 확보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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