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잇따라 새 리더를 맞고 있다. 수주 부진과 원가 상승,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겹치자 각 사는 조직 체질 개선과 위기 대응력 제고를 목표로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SK에코플랜트, 한화 건설부문, DL건설이 연이어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하반기 건설업계 인사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인사가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불황기 생존 전략’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에코플랜트, 반도체 전문가 영입…IPO·신사업 정비 박차
SK에코플랜트는 지난 30일 신임 사장에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반도체 공정에 정통한 인물로, SK하이닉스 포토(Photo)기술담당·제조기술담당·CPO(Chief Production Officer) 등을 역임하며 HBM 대량 양산체계 구축을 주도했다. SK에코플랜트가 김 내정자를 선택한 배경에는 ‘반도체 종합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 구상이 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환경·에너지 중심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및 체질 개선에 집중했지만, 단기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이 여전하다. 전임 김형근 사장이 재무 안정화에 집중했다면, 김영식 신임 사장은 기술 중심 성장과 IPO(기업공개)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의 반도체 사업 기회 발굴 및 성과 창출을 통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고 IPO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건설부문, '재무통' 김우석 대표 내정…내실 다지기 행보
한화그룹은 한화 건설부문 신임 대표로 김우석 한화전략부문 재무실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1992년 입사 이후 그룹 내 주요 재무라인을 거친 ‘정통 재무통’으로, 2022년까지는 한화컨버전스 대표이사도 역임했다.
이번 인사는 재무 건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PF 부실 우려, 분양시장 둔화 등으로 건설업계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김 신임 대표 체제에서 우량 수주 확대·재무 구조 안정·안전경영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실제 건설부문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2조563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1조5745억원으로 23.4% 감소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전문성과 경험, 글로벌 사업 역량이 검증된 경영진을 배치해 회사의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신임 대표이사 책임하에 새로운 조직을 구성해 내년 경영전략을 조기에 수립하고 사업계획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임 김승모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방산전략담당으로 이동한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던 인물이 자리를 옮긴 만큼,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DL건설, 현장통 여성찬 대표…“안전이 곧 경쟁력”
DL건설은 지난 8월 발생한 인명사고 이후 빠르게 현장·주택 전문가인 여성찬 대표를 새 수장으로 앉혔다.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임 대표 선임 절차를 조속히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1996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에 입사한 그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e편한세상 서창, 평창올림픽빌리지 등 주요 현장을 이끈 ‘현장 전문가’로 꼽힌다.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임원을 거쳐 올해 대표 자리에 올랐다.
DL건설은 이번 인사에 대해 “현장 경험과 실행력이 검증된 리더를 전면 배치해 안전과 품질 중심의 경영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안전 문제가 기업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현장 중심의 내실형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위기 속 각기 다른 해법…“확장보다 생존”
세 기업의 리더십 교체는 공통점보다는 각 사의 현실에 맞춘 ‘맞춤형 대응’에 가깝다. SK에코플랜트는 신사업 확장, 한화 건설부문은 재무 안정, DL건설은 안전경영 강화라는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배경에는 모두 불확실성 장기화에 대비한 체질 전환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제는 수주 경쟁보다 리스크 관리가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라며 “외형 성장보다 내실 강화에 초점을 둔 경영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