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생존 전략' 드러난 분기…내실·에너지·안전이 새 키워드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 연합뉴스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3분기 실적이 공개되면서 숫자보다 ‘방향’이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영업이익 증감 폭은 크지 않았지만, 각 사가 선택한 생존 전략은 완전히 달랐다. 주택 경기 침체와 해외 원가 부담, 안전 리스크가 겹친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체질을 바꾸기 시작했다. 단기 성과보다 ‘어떤 구조로 버틸 것인가’가 실적을 가른 분기였다.

우선 GS건설은 방어적 내실 전략으로 불황의 파고를 넘는데 주력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1484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넘게 늘었다. 외형 확대보다 고원가 현장 정리와 운전자본 개선에 집중하며 현금흐름을 지킨 결과다. 플랜트·환경·모듈러 등 비주택 사업의 비중이 늘면서 주택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모습인 데다 내부적으로도 ‘내실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이익률이 아닌 유동성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분기 실적 그래픽./DL이앤씨
3분기 실적 그래픽./DL이앤씨

이와 달리 현대건설과 DL이앤씨는 공격적이지만 방향성 있는 ‘에너지 사업 확장 카드’를 꺼냈다. DL이앤씨는 세계적인 SMR 기업인 엑스에너지와 손잡고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23년부터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약 3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에너지 EPC(설계·조달·시공) 체질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DL이앤씨는 SMR 사업과 접목한 청정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해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넓힌다는 계획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지난 24일 미국 에너지 디벨로퍼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와 ‘복합 에너지 및 인공지능(AI) 캠퍼스’ 내 대형 원전 4기에 대한 기본설계(FEED) 계약을 체결했다./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지난 24일 미국 에너지 디벨로퍼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와 ‘복합 에너지 및 인공지능(AI) 캠퍼스’ 내 대형 원전 4기에 대한 기본설계(FEED) 계약을 체결했다./현대건설

현대건설은 단기 실적은 주춤했지만, 원전 등 에너지 인프라를 미래 성장축으로 잡으며 중장기 투자 행보를 이어갔다. 원자력발전소, 플랜트 등 초대형 사업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와 현지 에너지·AI 캠퍼스 내 들어서는 대형원전 4기에 대한 기본설계 계약 체결, 팰리세이즈 SMR 건설 프로젝트 등 글로벌 원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단기 손익에는 부담이 남지만, 시장에서는 “에너지 중심 전환이 향후 2~3년 뒤 실적 반등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회복의 신호를 보여줬다. 3분기 영업이익은 7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고,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을 계기로 유동성 불안을 해소했다. 지난 2022년 광주 사고 이후 정비사업을 축소했던 회사를 다시금 ‘정비사업 재진출과 자체사업 강화’로 되돌리며 체질 개선의 단계를 밟고 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안전 리스크를 계기로 강제된 체질 개선에 들어섰다. 신안산선 사고 여파로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며 실적은 부진했지만, 이를 전환점으로 삼아 안전관리 조직과 절차를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단기적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안전이 곧 비용이 되는 현실 속에서 장기적으로는 신뢰 회복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기업별로 접근법은 달랐지만 공통된 키워드는 ‘체력’이다. 특히 부채비율, 현금성 자산, 수주잔고 등 재무 여력을 기반으로 위기 대응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GS건설과 DL이앤씨는 각각 3조원, 2조원대 현금성 자산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대건설은 96조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해 향후 3.2년치의 일감을 쌓았다. 이익보다 버틸 체력, 외형보다 구조가 새 경쟁력으로 부상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업계의 무게중심도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주택사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은 분양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운영형 비즈니스로 방향을 트는 중이다. 주택 중심의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건설사들은 에너지·운영·인프라 등 새로운 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숫자보다 방향, 이익보다 체질이 업계의 새 기준이 되면서 단기 실적보다 구조 개편의 속도가 향후 시장 지형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한나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