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예상 임차료 3208억…매출액 16.4% 규모
인천국제공항공사, 재무 ‘탄탄’…면세업계 요구·법원 ‘외면’
| 한스경제=김은영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흑자 기조 및 약 3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호텔신라와 신세계가 면세점 일부 구역 철수를 결정했다. 막대한 임차료를 더는 감내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권을 반납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면세업계의 임차료 인하 요구 외면은 물론, 법원에 결정까지 외면한 채 마이웨이(My Way)를 걷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달 30일 면세사업 자회사인 신세계디에프의 인천공항 면세점 DF2(화장품·향수·주류·담배) 사업권을 반납하겠다고 공시했다. 일자는 내년 4월 28일이다.
신세계는 영업지속 시 적자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계약 기간은 오는 2033년 6월까지로, 사업기간 만료 전 사업권 반납을 확정해 1910억원의 위약금을 지급하게 됐다.
◆과도한 임차료에 무너진 '韓 면세'
신세계디에프가 약 2000억원 규모의 위약금에도 불구하고 사업권 반납을 결정한 이유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과도한 임차료 때문이다. 엔데믹 이후 방문객 수가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인천공항은 출국객 수와 연동해 임차료를 부과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구역은 원래 고정 임차료 납부였으나 지난 2023년부터 현 체제로 변경됐다. 업계는 여행 수요는 회복세지만 고환율,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 계산에 따르면 DF2 권역의 객당 임차료는 9020원이며 예상 임차료는 연간 3208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신세계디에프 별도 기준 매출액(1조9558억원)의 약 16.4%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세계디에프의 최근 3년 매출액은 2022년 3조3668억원, 2023년 1조8692억원, 2024년 1조9558억원으로 41.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42억원, 2023년 967억원까지 확대했지만 지난해 197억 손실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익은 2022년 731억원 적자에서 2023년 452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90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 2021년 강남점과 올 1월 부산점 철수에 이어 이번에 인천공항 DF2 구역 사업도 종료하면서 사실상 외형이 크게 쪼그라들게 됐다. 영업정지를 결정한 인천공항 DF2 구역의 지난해 매출은 4039억원으로 신세계디에프 전체 매출의 20.6%를 차지한다.
위약금 납부로 단기적으로 재무부담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위약금 1910억원을 반영할 시 부채비율은 227.9%에서 552.3%로, 차입금의존도는 48.3%에서 60.1%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한기평은 “(신세계디에프의) 사업경쟁력 변화, 영업수익성 회복 수준과 현금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의 완화 여부를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해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인천공항공사의 신규 사업자 선정 절차 및 임차료 조건 재조정 결과에 따라, 업계 전반의 경쟁 구도 및 수익성 회복 속도에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어 관련 동향에 대해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텔신라 역시 신세계와 같은 이유로 지난 9월 인천국제공항점 DF1 권역(향수·화장품·주류·담배) 사업을 철수했다.
앞서 호텔신라와 신세계는 공항 면세점 매출 부진과 임차료 부담을 이유로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에 여러 차례 임차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다. 이에 지난 4~5월 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신라와 신세계에 각각 25%, 27%를 인하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으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수용하지 않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수익성·재무 건정성 확보에도 상생 ‘외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3년 실적 및 재무 건전성 개선에도 여전히 높은 임차료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6325억원으로 전년(1조352억원) 대비 2배가 넘는 154%나 증가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1조413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2년 5874억원 영업적자에서 2023년 53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해 7411억원, 올 상반기 3468억원을 기록하는 등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23년 23.66%에서 지난해 28.15%로 소폭 상승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4.54%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2022년 5266억원 순적자에서 올 상반기 2306억원 흑자로 돌아서는 등 수익성도 개선됐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개선 흐름을 보인다. 장기차입금 의존도는 2022년 37.25%에서 올 상반기 27.96%로 꾸준히 낮아졌다.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올 상반기 13.27%로 지난해 말(10.47%)과 비교해 소폭 늘었지만, 통상 30% 이하는 건전한 지표라고 평가한다. 부채비율도 100%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재무 건전성이 충분히 확보된 상황에서 면세업계에 막대한 부담을 가중시켜 일각에선 '임차료 갑질'이라고 따가운 눈총을 보낸다.
◆신라·신세계 빈자리 노리는 해외 자본
호텔신라와 신세계의 빈자리에 해외 면세점 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연내 입찰을 거쳐 신규 사업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현재 유력한 후보로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 등이 언급된다.
문제는 국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공항 면세점에 중국 등 해외 기업이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는 지난 2023년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사업권 입찰에 참여한 전적이 있다. 여기에 태국 킹파워, 프랑스계 라가르데르(Lagardere), 스위스 아볼타(Avolta·옛 듀프리) 등도 인천국제공항 입찰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영 기자 eunzero@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