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DB생명, 상반기 순손실 103억·자본 -1242억원...무상감자 통한 재무구조 개선
제3보험 판매전략 강화...전담조직 신설·전주기 수익성 관리·사전경보 체계 운영

보험업계에선 중소보험사의 경쟁력를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는 지금처럼 모든 사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일괄 적용할 경우 중소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렵고 일부 회사는 존폐의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스경제>는 주요 중소보험사들의 재무성과와 자본적정성 변화를 점검하고 상품 전략 변화가 지급여력(K-ICS) 비율과 손익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해 중소 보험사의 경영 방향과 향후 전망을 짚어보았다. [편집자 註]  

KDB생명 사옥. 사진/KDB생명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KDB생명보험(KDB생명)이 자본잠식 상태 해소를 위해 무상감자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첫 단계로 경영 안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수익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감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 9966만5129주 가운데 8305만4275주를 소각하는 무상감자를 의결했다. 이번 무상감자는 누적된 결손금을 정리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무상감자는 주주로부터 신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기존 자본금을 줄여 누적 손실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감자차익은 자본잉여금으로 전환돼 회계상 자본잠식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KDB생명은 상반기 자본은 –124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1545억원) 대비 2787억원 감소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KDB생명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추이. 그래프=이지영 기자
KDB생명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추이. 그래프=이지영 기자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킥스·K-ICS)는 2분기 말 경과조치 후 기준 176.6%로,  이전 분기 대비 12.7%p가 올랐다. 다만 경과조치를 제외하면 43.3%로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100%)을 밑돈다.

KDB생명은 이번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이 4983억원에서 831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무상감자를 통해 약 4152억원의 감자차익이 발생, 누적 결손금 160억원이 해소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보험 부채 증가와 자본규제 강화,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무상감자가 수익성 개선 없이 진행될 경우, 재무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KDB생명보험 올해 상반기 전년比 실적 비교. 그래프=이지영 기자
 KDB생명보험 올해 상반기 전년比 실적 비교. 그래프=이지영 기자

KDB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세부적으로 살펴 보면 보험손익은 13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60억원) 대비 129억원이 감소했다. 투자손익은 –171억원으로 지난해(–83억원)보다 적자폭이 더 확대됐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77억원)에 비해 217억원이 즐어들며 적자 전환했다.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이익(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은 –103억원으로, 전년 동기 (70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KDB생명은 "보험손익은 이번 분기 보험금이 일시적으로 증가해 실제 보험금이 과대 산출됐다"며, "투자손익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환파생손익 감소가 영행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수익성 지표도 악화 추세다. 같은기간 영업이익률은 0.17%로 지난해 동기(–1.98%) 대비 2.15%포인트(p)가 개선됐다. 하지만 총자산수익률(ROA)은 –0.12%로 지난해 동기(0.08%)대비 0.20%p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무상감자가 매각 재개를 위한 산업은행의 사전 포석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KDB생명의 지분 76.19%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으며 지난해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에도 KDB생명 매각에 나섰지만 대주주 적격성 요건 미비와 부채비율 부담 등으로 모두 불발됐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자회사 편입으로 매각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자본건전성 회복과 경영 효율화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에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인수 이후 네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565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금수혈에도 KDB생명은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투자와 출자를 위한 명분이 쌓고 세금 지출 논란을 잠재우려 하는 것이다. 

◆김병철 부사장 주도 '수익성 중심 영업 혁신'...제 3보험 성장축으로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에게 KDB생명의 정상화와 매각 성사는 임기 내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에 KDB생명은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를 목표로 장기·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상품별 수익성과 위험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또한 급변하는 보험업 환경에 발맞춰 제3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삼아 건전성과 수익성을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제3보험 상품 판매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개편하고 상품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적 관리에 나섰다. 특히 지난 2분기부터 제3보험 활성화를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상품·영업조직·마케팅·언더라이팅·시스템 등 영역별 현황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또한 개선 과제를 단기·중장기적 과제로 나누고 부서별 역할(R&R)을 명확히 하고 단계적인 추진 일정을 수립했다.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보험전문가인 김병철 수석부사장이다. 그는 상품 설계 단계부터 판매 이후 성과 분석까지 전 주기에 걸친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상품의 수익성 관리 역량을 높이고 수익성 검증 강화 및 사전경보 시스템 등을 통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KDB생명 관계자는 "이번 제3보험 판매 전략은 단기적인 실적 개선을 넘어, 시장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영업 기본체력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제3보험 물량을 확보하고 수익성 있는 성장 구조를 정착시킬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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