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심사부 본부장, 부행장으로 승진
|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IBK기업은행은 올해 초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880억원대 부당대출 사고가 적발돼 국정감사를 받아아할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여신심사부 부장과 본부장 등을 역임했던 인사가 부행장으로 승진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해당 인사가 부당대출과 관련이 없으며 이사회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된 인사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일반적인 인사로 보기 어렵다며 '고육지책 인사'나 '밀어주기 인사'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부행장급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정보통신(IT)그룹장 부행장에 권오삼 경기남부지역본부장, 준법감시인에 박필희 데이터본부장 등을 선임한 가운데 김상희 전 여신심사본부장을 기업투자은행(CIB)그룹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부행장은 2023년 여신심사부 부장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했으며 그동안 여심심사 업무 총괄을 맡았다. 문제는 김 부행장이 여신심사부 부장과 본부장을 역임했던 시기에 대규모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1월 239억5000만원 의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전 현직 임직원이 지난 2022년 6월부터 2024년 11월 말까지 부동산 담보 가치를 부풀려 더 많은 대출을 승인했으며 이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보고했다.
금감원의 현장조사 결과, IBK기업은행의 부당대출 규모는 공시한 금액보다 3배가 넘는 882억원대로 밝혀졌으며 해당 사건은 결국 검찰에 넘겨졌다. IBK기업은행을 퇴직한 직원 A씨는 가족·입행동기(심사센터장·지정장)·사모임 등을 통해 친분을 쌓은 현직 임직원 등과 공모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받았으며 대출을 알선해 거액의 금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내부통제·업무 프로세스 미흡·불합리한 조직문화 등을 인정한 '대국민 사과문'과 함께 'IBK 쇄신 계획'을 발표하며 강도 높은 후속조치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으며 사건 연루 직원에 대한 일벌백계를 약속했다.
이후 IBK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의 '2024년 금융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B등급 통보를 받았다. IBK기업은행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A등급 이상을 유지해왔다.
평가등급 하향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도 기본급의 180%에서 150%로 낮아졌다. 이에 IBK기업은행 노조는 “소수 경영진의 잘못을 다수 직원에게 전가시켰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신심사부 책임자가 부행장으로 승진하자 은행권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은 인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에서 인사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대출 해당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해도 해당 직원들이 징계를 받았으면, 책임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본부장이란 감투는 많은 연봉을 받고 책임을 지는 자리다"며, "정확한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만 본다면 '내 사람 챙기기식 인사'라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인사가 금융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승진 인사를 단행하지 않았을까 한다"며,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따가울 수 있는 인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기업에서 대출 사고로 인해 눈치를 많이 봐야하는 상황에서 이런 인사가 났다는 것은 일종의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업무에 전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자리해야 하는데 인력풀이 많지 않으면 고육지책 인사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정당한 검증을 거쳐 진행된 인사라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해당 인사는 부당대출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내부적으로 일부 직원들의 불만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정상적인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규정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IBK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아직 해당 인사에 대해 정확하게 입장이 정리가 안된 상황으로, 현재로서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그 어떠한 입장도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