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8개월 앞둔 시점에서 홍명보(56)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냉엄한 현실을 마주했다. 한국은 앞서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친선전에서 0-5로 완패했다. 지난달 미국 원정 2연전에서 가능성을 보였던 백3 실험은 남미 강호의 조직력과 개인기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한국은 이날 3-4-3 전형으로 나섰다. 가장 화두가 된 백3 수비진은 김민재(29)를 중심으로 조유민(29), 김주성(25)이 출전했다. 좌우 윙백은 이태석(23)과 설영우(27)가 맡았다. 그러나 전반 13분 이스테방(18)에게 첫 골을 내준 이후 백3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전반 41분 호드리구(24)에게 추가 실점, 후반 초반 김민재와 백승호(28)의 연속 실수까지 겹치며 이스테방과 호드리구에게 또다시 실점해 점수는 순식간에 0-4로 벌어졌다. 후반 32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5)의 쐐기 골이 터지며 경기는 0-5로 끝났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강한 팀과 붙으면서 배운 게 많다. 결과는 아쉽지만, 지금은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3의 효율성을 더 강한 팀을 상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전방 압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다. 빌드업 과정에서 롱볼이든 짧은 패스든 공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방법을 더 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반 2분 김민재의 실수가 뼈아팠다. 위험 지역에서 비니시우스에게 공을 빼앗기며 실점한 장면은 한국 수비진의 불안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김민재는 “브라질이 후반 들어 압박 강도를 높이자 집중력이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백3 전술에 관해 “수적 우위로 경기를 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준희(55)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은 더욱 근본적인 진단을 내놨다. 한준희 위원은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애초 백3 채택의 이유는 수비형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턴오버 문제를 보완하려는 의도였다”며 “중앙수비수를 늘리고 김민재의 전진 능력을 살리려는 시도 자체는 일리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백3가 강팀 상대로 작동하려면 윙백과 2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공수 양면에서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 브라질전에서는 이 부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윙백의 공격 가담이 부족하면 라인이 내려앉고, 중앙 미드필더의 압박이 약하면 브라질전처럼 상대가 자유롭게 패스를 공급한다”며 “그 결과 수비 숫자만 많을 뿐 실점 확률은 오히려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또한 “수비적 운영을 택했다면 위협적인 역습 패턴이라도 갖춰야 하는데 브라질전에서는 그것도 보이지 않았다. 전략적 변화 없이 끝까지 밀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한준희 위원은 “백3 자체가 잘못된 아이디어는 아니다”라면서도 “백3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경기 중 4-3-3, 4-2-3-1, 4-4-2 같은 유연한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 3-4-2-1이 아니라 3-5-2 같은 형태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제언했다.
홍명보호의 백3 실험은 브라질전 대패로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북중미 월드컵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홍명보 감독에게 전술의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