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선수와 팀, 리그 입장에선 든든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고, 기업은 브랜드 홍보 효과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스포츠와 기업은 공생 관계를 이어가며 결국 하나의 거대한 스포츠산업을 형성한다. 한국스포츠경제는 국내 스포츠와 레저 각 분야를 물심양면 후원하는 기업들을 선정해 6회에 걸쳐 조명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앞세워 스포츠 중계와 산업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는 기업들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편집자 주>
|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과거 스포츠 중계는 수십 명의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총력전이었다. 그러나 AI의 등장으로 무인 카메라와 자동 편집 시스템이 이를 대신하며 효율적이고 정밀한 중계 시대가 열렸다. 인력과 비용 부담으로 중계가 어려웠던 생활체육·아마추어 현장에도 기회가 확대됐고, 판정·데이터 분석의 객관성과 신뢰도도 높아졌다. 기업에는 새로운 시장을, 선수와 팬에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AI 스포츠 기술은 이제 스포츠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고 있다.
◆생활체육과 유소년 스포츠를 바꾸는 AI
스포츠 산업 변화의 선두에는 KT스카이라이프가 약 68억원을 투자해 성장시킨 AI 중계 플랫폼이 있다. 지난해 ‘호각(Hogak)’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서비스는 경기장의 순간을 자동으로 포착해 중계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올해 8월에 브랜드를 ‘포착’으로 새롭게 바꾸며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포착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AI 카메라다. 이 카메라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자동 추적하고, 줌인·줌아웃과 같은 편집까지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경기장 한쪽에 설치된 장비만으로도 중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방식 대비 최대 90%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유소년 대회나 생활체육 현장에서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성과도 눈에 띈다. 포착은 8월 초부터 보름간 열린 2025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를 단독 중계했다. 전국 700여 개 팀, 1만40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2000여 경기를 소화한 국내 최대 유소년 행사였다. 포착은 전 경기를 생중계했다. 경기장마다 설치된 무인 카메라가 모든 장면을 담아냈고, 학부모와 선수들은 앱을 통해 실시간 중계를 시청하며 아이들의 활약을 확인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현장에 홍보 부스까지 마련해 AI 카메라 시연, 앱 체험 행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대회 첫 주에만 5000명 이상의 신규 가입자가 발생했다. 대회 종료 시점에는 1만명을 넘어서는 성과로 이어졌다.
앞서 ‘호각’ 시절에도 성과는 있었다. 대한축구협회(KFA) K4리그, 중·고교 축구, 핸드볼, 배구 등 비인기 종목을 중계하며 ‘중계 사각지대’를 메웠고,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홈리스월드컵에서는 전 경기를 AI로 송출해 FIFA+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6000만명의 시청자들에게 현장을 전달했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스포츠에 기술을 접목해 만들어낸 사례로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국내 야구 현장에서도 AI 기반 서비스는 이미 뿌리내리고 있다. IT 기업 마인이 개발한 ‘마인볼’은 유소년 야구 대회를 정밀하게 기록하는 전용 플랫폼이다. 기존에는 경기 전체 영상만 볼 수 있었지만, 마인볼은 선수 개인별 하이라이트 영상을 따로 제공하고, 타율·홈런·도루·투구 수·평균자책점 같은 프로야구 수준의 기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도자와 학부모, 선수 모두 경기력을 곧바로 점검할 수 있고, 데이터는 누적돼 최우수선수(MVP) 선정이나 팀별 기록 관리까지 가능하다. 대한유소년야구연맹과의 협약 이후 회원 수는 4200명을 넘어섰다.
◆판정과 분석까지 혁신하는 글로벌 AI 기술
AI는 단순히 중계만 바꾼 것이 아니다. 판정과 데이터 분석 같은 스포츠 핵심 영역에서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호크아이(Hawk-Eye)’다. 광학 트래킹 기술을 기반으로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이 시스템은 이미 글로벌 스포츠 판정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호크아이는 다양한 종목에 적용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8년 K리그 VAR(Video Assistant Referee)에 호크아이를 도입했다. 최대 16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장면을 실시간으로 통합해 판독관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오프사이드 라인을 자동 설정하고 여러 각도에서 판독할 수 있게 했다. 이는 VAR 판정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크게 끌어올렸고, 국내 축구 팬들이 체감하는 ‘판정 공정성’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KBO리그에서는 KIA 타이거즈가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 호크아이 시스템을 설치해 투구 궤적, 타구 방향, 수비 반응까지 측정할 수 있게 했다. 기존 레이더 방식보다 정밀한 고해상도 광학 카메라 덕분에 얻어지는 데이터는 더 풍부하고 정확하다. 이 데이터는 선수 훈련과 전략 수립, 전력 분석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며 팀 운영에 과학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호크아이는 국제축구연맹(FIFA), 유럽축구연맹(UEFA),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국제 무대에서도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테니스, 미식축구, 배드민턴, 럭비, 크리켓 등 다양한 종목에서 판정 보조와 데이터 분석을 동시에 제공하며 스포츠 운영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AI는 이제 ‘보는 스포츠’를 넘어 ‘하는 스포츠’까지 바꾸고 있다. 중계는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판정은 공정해지며 데이터는 과학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과 스포츠 모두에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고 있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