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투어에서 남다른 입지
골프계 키다리 아저씨 역할
스포츠와 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선수와 팀, 리그 입장에선 든든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고, 기업은 브랜드 홍보 효과를 높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기업은 공생 관계를 이어가며 결국 하나의 거대한 스포츠산업을 형성한다. 한국스포츠경제는 국내 스포츠와 레저 각 분야를 물심양면 후원하는 기업들을 선정해 6회에 걸쳐 조명할 예정이다. 우선 골프단 운영과 마케팅에 진심인 글로벌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힐(엘앤피코스메틱)을 살펴보도록 한다. <편집자 주>
|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 명실상부 국내 여자 골프 최강 골프단으로 우뚝 선 메디힐 골프단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성공 신화를 쓴 사례로 꼽힌다. 2017년 1월 창단할 때만 해도 메디힐 골프단의 성공을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경제 상황이 잔뜩 움츠러들면서 기업들도 골프 후원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탓이다.
그렇지만 권오섭 메디힐 회장은 대표이사 시절이던 당시 “역발상으로 과감히 골프단 창단과 스포츠 후원을 결심하게 됐다. 최고의 마스크팩으로 소비자의 피부를 케어해 왔듯이 성장 가능성을 갖춘 선수들을 잘 케어하고 육성해 상생(相生)의 기업 가치를 이어 나갈 것이다”라고 단호한 결단을 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창단 때 후원 선수는 유소연, 김나리, 최혜용, 이다연, 김지은 등 5명의 한국 선수와 중국 국가대표 출신인 시유팅, 장웨이웨이까지 총 7명이었다.
◆한미 투어에서 남다른 입지
메디힐 고위 관계자는 11일 본지와 통화에서 “창단할 때만 해도 국내 골프가 어려웠던 시기였다. 대회 수, 선수 후원 등이 줄어들던 상황이었는데 국내 골프 활성화 차원에서 선수 후원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이 관계자는 “가능성 있는 선수들 위주로 지켜보고 있었다. 창단할 때도 그랬다. 잠재력 있고 장기간 후원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선수 위주로 생각했다. 5~6년간 그런 걸 운영 모토로 삼아 후원을 진행했다”며 “다만 지난해 브랜드가 확장된 부분도 있고 해서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해 체계적으로 성적도 내보려 했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톱랭커들을 신규 영입했다”고 밝혔다.
메디힐 골프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예원, 박현경, 배소현 등 지난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공동 다승왕(3승) 3명과 한진선을 새롭게 영입했다. 이예원(9승), 박현경(8승), 배소현(4승), 한진선(2승)에 기존 이다연(8승)까지 소속 선수들의 여태 투어 통산 승수만 해도 30승이 넘는다. 올 시즌 메디힐 골프단은 이예원(3승)과 박현경(1승), 배소현(1승) 등 3명이 5승을 합작해 최다 우승 골프단에 올라 있다. 박보겸, 고지우, 고지원, 유현조(이상 각 1승)가 승수를 쌓아 총 4승을 챙긴 2위 삼천리 골프단과는 1승 차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올 시즌 태극낭자들은 4승을 합작했는데 그중 1승은 메디힐 골프단의 김아림이 올렸다. 김아림은 2월 LPGA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했다. 권오섭 회장은 김아림이 지난해 우승을 하고도 후원사를 찾지 못한 사연을 뒤늦게 접한 후 올 시즌 개막을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후원하기로 했다. 김아림은 급하게 국제특송으로 배달된 ‘메디힐 모자’를 쓰고 개막전에 나서 바로 우승을 차지하며 권오섭 회장을 기쁘게 했다.
◆골프계 키다리 아저씨 역할
메디힐 골프단은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메디힐 관계자는 “대회장에 트레이닝 밴이 있다. 선수들의 연간 트레이닝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회장 내 트레이닝 밴 지원은 과거 롯데 골프단, 한화 골프단 등 국내 대표 골프단들이 해오던 선수 복지 사항과도 같다.
메디힐은 바로 성적을 낼 수 있는 프로 선수들뿐 아니라 주니어 선수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23년 부산 학산여고 정지효를 발굴해 후원했는데, 그는 올해 KLPGA 신인상 포인트 부문 5위(547점)를 기록 중인 주목할 만한 신인이 됐다.
단기적인 성과로 기업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골프산업 발전이란 장기적 관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 메디힐 관계자는 “선수들이 골프단에 입단하게 되면 졸업한 모교(중고교 및 대학교) 등에 본인 이름으로 장학금을 전달한다. 선수들의 모교가 그만큼 또 좋은 선수들을 잘 육성하고 발굴해달라는 당부와 감사의 차원이다”라고 털어놨다.
메디힐은 국내 뷰티 브랜드 최초로 2018년 LPGA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해 메디힐 챔피언십을 수년간 개최했고, 2022년엔 KLPGA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도 창설했다. 올해로 4회째 대회를 이어갔다. 게다가 골프단은 처음 창단할 때 모토 그대로 지난해부턴 KLPGA 회장배 주니어 대회도 최초로 타이틀 후원을 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메디힐 관계자는 “중학생 선수 상위 6명에게 멘토링 프로그램을 하는 등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디힐은 선수들을 단순히 후원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메디힐 관계자는 “임직원들과 같이 선수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업과 골프단의 구성원인 직원, 선수들을 모두 가족처럼 여기고 기업의 발전은 물론 뷰티와 골프 마케팅에 힘을 쏟아 장기적인 산업 발전까지 이끌고 있다. 남다른 기부로 사회 환원까지 해, 메디힐은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소속된 여자골프 선수들의 이미지가 뷰티와 골프라는 키워드에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잠재력과 실력까지 있어 메디힐 골프단의 높은 위상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래를 낙관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