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시카고 ‘이노 커넥트’로 글로벌 R&D 인재 확보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미래 기술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거세지면서 국내 전자부품 업계의 양대 축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인재 확보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차세대 반도체, 첨단 소재 등 ‘신성장 동력’으로 불리는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이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두 회사는 국내외 주요 대학을 무대로 미래 인재를 발굴하고 산학협력 및 글로벌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우수 연구인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삼성전기, 산학협력·CEO 직접 강연으로 인재잡기
삼성전기는 최근 서울대학교와 손잡고 첨단소재 산학협력센터를 설립했다. 이번 협력은 차세대 반도체 및 전장(電裝) 분야에서 핵심이 될 첨단 소재 연구와 인재 양성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산학협력센터를 통해 삼성전기는 연구 인프라를 활용하고 학생들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면서 실질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기 경영진이 직접 발 벗고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포항공대, 서울대 등 국내 주요 이공계 인재 양성 대학을 직접 찾아가 ‘미래기술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흐름과 삼성전기의 연구개발(R&D) 방향을 공유하면서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리크루팅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인재 확보를 넘어 기업과 학생 간에 긴밀한 네트워킹을 강화해 미래 리더로 성장할 자질 있는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기술 격차 시대에는 획기적인 기술보다도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며 “우수 인재 육성과 발굴 없이는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 LG이노텍, 북미·아시아 무대서 글로벌 인재 사냥
LG이노텍은 해외 시장을 무대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한 ‘이노 커넥트(Inno Connect)’는 회사의 글로벌 인재 확보 전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LG이노텍은 MIT, UC버클리, 조지아텍 등 미국 내 14개 주요 대학의 우수 인재들을 초청해 R&D 직군을 중심으로 네트워킹 행사를 열었다. 단순한 설명회 차원을 넘어 실제 채용과 연계되는 자리로, 현장에서 인터뷰와 채용 상담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LG이노텍 최고경영층도 직접 참여했다.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우는 흐름과 같은 맥락이다. 경영진이 직접 비전과 사업 전략을 설명하면서 대상자들에게 회사의 미래 방향성을 체감하게 하고 동시에 ‘선택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LG이노텍은 베트남·중국 등 해외 생산 거점 인근의 유수 대학에서도 적극적인 리쿠르팅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 인재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토대로 향후 본사와 긴밀히 연결될 수 있도록 글로벌 HR 시스템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신시장 개척과 혁신 기술 개발은 창의적 사고를 가진 글로벌 인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앞으로도 해외 대학과 협업을 한층 확대하고, 지역별 맞춤형 채용 채널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초격차의 관건은 ‘사람’
세계 주요 전자·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R&D 투자에 나서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초격차’를 만드는 핵심 요소가 결국 인재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 우위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그 기술은 사람 손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반도체와 전장 산업은 국가 경제와 안보 차원에서도 전략적 산업으로 분류되면서 글로벌 인재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과학기술 인력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인 장학금 프로그램과 비자 완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고, 유럽과 일본 역시 국가 차원에서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전방위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행보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인재 유치 전략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지금 당장 어떤 인재를 확보하고,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글로벌 시장의 판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인재 사냥’이 단순한 채용 확대가 아닌, 미래 기술 초격차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라며 “기술력과 창의력을 동시에 지닌 최정예 인재를 얼마나 빨리 흡수하느냐가 향후 생존과 성장의 열쇠”라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