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자체 AI칩 특화 HBM에 K-반도체업계 위기감 고조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중국 화웨이가 자체개발 HBM(고대역폭메모리) ‘HiBL 1.0’을 공식 발표하면서 글로벌 HBM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중국이 AI 반도체 자립 가속과 함께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독점해온 HBM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화웨이는 HiBL 1.0을 차세대 AI 반도체 ‘어센드(Ascend) 950PR’에 탑재할 예정이며, 2026년엔 ‘Ascend 950DT’ 등에 대용량·초고대역폭 HBM을 순차 출시한다는 중장기 로드맵까지 내놓았다.
특히 HiBL 1.0의 대역폭(1.6TB/s)과 용량(128GB)은 한국 업체들이 준비 중인 5세대 HBM3E(1.2TB/s, 12단 적층)를 넘어서는 수치여서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HBM 참전의 파장…韓기업 독점 구도에 균열
중국의 HBM 시장 참전은 단순 기술 확보를 넘어 자국 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생태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와 HBM 수출 압박 속에서 중국은 CXMT(ChangXin Memory Technologies) 등 메모리 전문 기업과 ‘원 팀’ 전략을 통해 2027년까지 AI용 HBM 자립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는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신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어센드 950PR'에 자체 개발 HBM 제품 'HiBL 1.0'을 탑재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HiBL 1.0이 128기가바이트(GB) 용량에 최대 1.6TB/s의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화웨이의 HBM 시장 참전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점유율에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2027년 10% 내외로 급상승할 전망이다. 앞으로 주요 IT·클라우드 기업, AI 스타트업의 조달처 다변화가 예상되면서 기존 한국 기업 중심의 독점 생태계가 '경쟁 구도'로 급속히 재편될 수 있다.
다만, 실제 DRAM 코어 기술, 적층·패키징·수율 측면에서는 삼성,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기존 강자와의 격차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에서 화웨이의 전력을 보면 당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뛰어넘는 HBM3E 수준의 경쟁 제품을 내놓을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중국이 원팀 전략으로 전반적인 반도체 분야에서 힘을 모으고 있어 내년 출시되는 HBM 제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HBM 기술은 단순 D램 집적이 아니라 반도체 적층, 고성능 패키징, 전력·발열 제어 등 복합적 요소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첨단 패키징 장비 차단, 최신공정 접근 제약 탓에 화웨이·CXMT 등이 수율·성능에서 ‘생산병목’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그간 중국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수차례 선보였으나 이를 뒷받침해줄 HBM과 같은 메모리 기술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이번 화웨이의 맞춤형 HBM 발표는 중국 반도체 업계가 갖고 있던 성능 병목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평가했다.
◆韓 HBM 경쟁력, 시스템 통합·글로벌 협력해야
결국 HBM이 AI 시대의 ‘우라늄’이 된 상황에서 한국의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간의 통합적 기술 역량은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HBM4, HBM-PIM(PU 내장형), 하이브리드 본딩 등 차세대 메모리·시스템 융합 분야로의 선제적 투자, 소프트웨어 생태계·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기술·인재 보호 네트워크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도전이 단순 저가 경쟁이 아닌 고성능, 맞춤형 시장 진출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업계 역시 기간산업으로서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과 ‘속도’와 ‘품질’ 모두를 지키는 혁신 전략 수립이 긴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웨이의 HBM 개발 성공과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은 한국 기업들의 독점 시장 구도에 중·장기적 도전을 예고하면서 HBM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재편이 현실화되는만큼 한국 반도체산업의 선제적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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