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 1.2만명·SK 8000명·현대차 7200명…대기업 청년 채용 확대
삼성 서초 사옥 전경. / 삼성
삼성 서초 사옥 전경. / 삼성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 SK 등 국내 7대 그룹이 잇따라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일제히 발표했다. 이들이 밝힌 채용 인원만 4만 명 수준에 달하면서 고용시장의 ‘큰손’이 다시금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 지 단 이틀 만에 기업들이 일제히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대기업발 고용 확대는 장기간 이어진 경기 둔화와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한국 경제를 되살리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별 채용 규모 가운데 삼성이 연 1만2000명으로 가장 크다. 삼성그룹은 18일 “2025년부터 2029년까지 매년 1만2000명씩 총 6만명을 신규 채용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과 미래 핵심 인재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인공지능(AI)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높이고 디지털 전환과 헬스케어, 바이오 등 신규 사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인력을 뽑아 ‘질적 도약’을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지난 몇 년간 ‘청년 희망채용’을 내세우며 일정 규모의 고용을 유지해 왔지만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이 큰 와중에도 투자와 채용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공격적으로 고용을 확대하는 것은 차세대 반도체와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이자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하반기 7200명 수준의 채용에 나선다. 전기차(EV)와 수소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미래차 분야가 주력이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기술 내재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조직 전환을 위해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SK그룹도 AI 반도체, 배터리, 친환경 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올해 상·하반기 총 8000여 명을 채용한다. 배터리 계열사 SK온은 북미와 유럽 공장 가동에 따라 해외 전문 인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연구·생산 인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LG는 전자와 화학, 통신 계열사를 중심으로 5000명 규모 신입 사원을 채용한다. OLED, 배터리 소재, 차세대 통신망 등 미래 성장동력에 투입될 인력이 주 대상이다. 특히 LG는 AI 연구 인재 확보를 위해 글로벌 우수인재 공개채용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밖에도 한화그룹이 하반기 신규 채용 인원을 기존 2100명에서 3500명으로 1400명 추가 확대해 올해 총 5600명을 뽑는다. 특히 한화그룹은 방산·우주항공·에너지 사업 확장을 위해 채용을 늘린다. 포스코그룹은 친환경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투자를 바탕으로 3000명,  HD현대도 올해 1500명 채용을 시작으로 5년간 1만명을 새로 뽑는다.

롯데는 유통과 화학, 관광·서비스 분야에서 2000명 채용 계획을 내놓았다. 신세계그룹도 2025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한다. 총 10개 계열사가 참여하며 이번 채용은 기존의 한 달간 인턴십 과정을 폐지하고 서류 및 면접 전형만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면서 신세계그룹 역시 대기업 정기 채용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요즘 상당수 기업들은 해마다 채용 인원이나 목표 수치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흐름이 뚜렷하다. 한꺼번에 대량 신입을 뽑는 정기 공채 제도를 대부분 폐지했을 뿐 아니라 인력 수요가 경기나 사업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각 기업들은 삼성의 선도적 발표에 이어 ‘몇 년 내 몇천 명 채용’ 형태의 중장기 고용계획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는 이틀 전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문한 ‘청년 고용 확대’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결과다.

정부 역시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간 이재명 정부가 줄곧 주문해 온 ‘청년 일자리 확대’ 기조와도 맞닿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기업의 대규모 채용은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사례”라면서 “정부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고용을 지원해 균형 잡힌 일자리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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