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진통제·항생제·무좀약까지 회수 목록 올라
식약처, 불순물 통합정보방 운영 강화
올 하반기 들어 제약업계에서 의약품 불순물 문제로 인한 회수가 잇따르면서 국민 보건과 의료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 하반기 들어 제약업계에서 의약품 불순물 문제로 인한 회수가 잇따르면서 국민 보건과 의료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올 하반기 들어 제약업계에서 의약품 불순물 문제로 인한 회수가 잇따르면서 국민 보건과 의료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약품 불순물이란 의도적으로 투여되는 주성분이 아닌 제조 과정·보관·분해·상호작용 등을 통해 발생하는 모든 화합물을 말한다. 약효에는 기여하지 않지만 안전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요소다.

특히 니트로사민 불순물(NDMA, NDEA)은 강력한 발암성 물질로 분류돼 국제적으로 허용기준이 일일 섭취한계(ADI) 수십 ng 수준으로 엄격히 설정돼 있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올 하반기 불순물 초과 검출이나 검출 우려로 회수된 의약품 회수 건수는 22건으로 나타났다. 

불과 두 달 만에 상반기 전체 회수 건수를 따라잡은 것이다.

회수 사례는 치료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신풍제약의 진통제 트라마돌 주사제다. 이 제품에서 니트로사민 계열 불순물(N-nitro-desmethyl-tramadol)이 한시적 허용 기준을 초과해 검출되면서 여러 제조번호가 회수 대상에 포함됐다. 

트라마돌 제제에서 불순물이 문제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생제 계열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한미약품의 목시플록사신 제제인 ‘모록사신정400mg’에서 불순물(N-nitroso-moxifloxacin)이 기준치를 넘어 검출되면서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목시플록사신은 호흡기 감염과 피부 및 연조직 감염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약물이다.

무좀 치료제로 사용되는 테르비나핀 성분 의약품 역시 다수의 제품이 회수됐다. ▲오스코리아제약 ‘테비실정’ ▲한국파마 ‘테르졸정’ ▲동화약품 ‘티비에프정125mg’ ▲텔콘알에프제약 ‘셀비나정’ ▲엘앤씨바이오 ‘메가터빈정’ ▲JW신약 ‘나무졸정’ 등 여러 품목에서 불순물이 검출되거나 초과 우려가 확인돼 회수에 들어갔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멀미약에서도 불순물 문제가 발생했다. 마더스제약 ‘디카엠정’과 바이넥스 ‘디멘정’ 등 디멘히드리네이트 성분 제제에서 불순물(N-nitroso-N-desmethyl-diphenhydramine)이 허용 기준을 초과하거나 초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회수됐다. 

이 밖에도 ADHD 치료제 ‘환인아토목세틴캡슐’ 일부 제조번호가 불순물 우려로 회수되며 다양한 치료 분야에서 불순물 문제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회수 대상은 대부분 허용 기준을 초과하거나 초과 우려가 있는 수준이지만, 환자 안전을 우선시해 광범위한 회수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환자 치료와 의약품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무좀약, 항생제, 진통제처럼 필수적으로 쓰이는 품목이 다수 포함되면서 약국과 병원은 대체 약품을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각에서는 극미량의 불순물이 기준을 소폭 초과했더라도 무조건 회수 조치가 내려지면서 공급 차질과 불필요한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당국과 환자 단체는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예방적 차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업계의 대응을 돕기 위해 ‘니트로사민류 불순물 통합정보방’을 신설해 불순물에 대한 ▲의약품 불순물 분석법 등 시험방법 ▲국내 정책정보 ▲허용기준 ▲의약품 불순물 허용기준설정 및 저감화 사례집 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항목별로 제공한다.

아울러 업체가 불순물을 보다 빠르고 쉽게 확인해 불순물 표준품 확보와 분석법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불순물별 IUPAC 명, CAS 번호, 화학 구조식도 안내한다.

업계 관계자는 “불순물 관리 기준이 갈수록 엄격해지면서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시험법 개선과 생산 공정 고도화를 추진해 불순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김동주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