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픈AI, 브로드컴과 AI칩 대량 생산 착수
빅테크 맞춤형 AI칩 가속, 삼성·SK하이닉스에 ‘호재'
반도체칩. /연합뉴스 제공
반도체칩. /연합뉴스 제공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AI 칩 개발에 대거 뛰어들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설계·도입하는 커스텀 AI칩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필연적으로 동반되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HBM 공급 기회의 폭발적 확대로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K-반도체가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선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빅테크의 AI칩 독자 개발 가속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행보가 거침없다. 최근 오픈AI는 브로드컴과 손잡고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자체 AI 칩 생산에 착수한다. 이 칩은 내년부터 본격 양산되어 오픈AI 데이터센터에 투입된다. 구글, 메타, 아마존 등도 TPU, MTIA, 트레이니엄 등 자사 맞춤형 AI용 ASIC 설계 및 생산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화웨이·알리바바 등 자국 빅테크까지 AI 반도체 내재화 경쟁에 가세하면서 AI 칩 생태계가 급격히 다변화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줄이고 연산 효율 및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커스텀 칩’ 시장 진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거래 규모와 파급력 모두 엔비디아 독주 시대를 흔들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기회 확대

이처럼 ASIC(주문형반도체) 특화 전환이 확산되며 HBM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빅테크의 자체 AI칩 역시 대규모 병렬 연산에 특화된 HBM 메모리를 필수로 도입하고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브로드컴, 아마존, 구글 등 AI ASIC업체에 HBM을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브로드컴 등과 협력을 확대 중이다. 실제로 삼성은 5세대 HBM3E를, SK하이닉스는 HBM 물량을 양사에 제공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HBM4(6세대) 적용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칩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며 K-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칩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며 K-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삼성, SK, 마이크론 등 복수 메모리 업체와 동시에 거래하는 ‘밸런스 공급망’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자체 AI칩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면서 HBM 공급처가 다각화되고 그에 따라 어느 기업이 ‘1차 공급사’가 되느냐에 따라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었다. 양 사 모두 대규모 신규 설비투자, 차세대 D램 및 낸드 개발도 병행하고 있으며, 고객사가 원하는 시점에 최고의 품질을 맞춰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이 SK하이닉스와 삼성만의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점이다.

HBM 수요가 ASIC 진영으로까지 빠르게 확장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라인 증설과 신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보류했던 평택캠퍼스 4공장(P4) 공사를 재개 예정이며, SK하이닉스도 청주 신규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다

AI칩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K-반도체가 HBM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공급 협상력을 키우는 추세다. 공급처 다변화, 맞춤형 시장 개화라는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는 당분간 구조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단, ASIC 생태계의 한계, 중국 등 신흥 공급역량 부상이라는 변수에 대한 대응이 K-반도체의 장기적 경쟁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전체 인프라 투자를 폭발적으로 견인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 ‘슈퍼 호재’로 작용되고 있다”며 “다만 ASIC(맞춤형 칩)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기존 툴 체계와 소프트웨어 호환성에서 강력한 엔비디아 생태계를 쉽게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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