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체류 외국인·유학생·취업자 '역대 최대'
"틈새시장 아닌 주력 시장으로 설정해야"
국내 체류 외국인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가운데 은행권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금융, 비금융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을 유치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국내 체류 외국인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가운데 은행권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금융, 비금융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을 유치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 '대한외국인' 금융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 체류하거나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물론 이들의 경제력과 구매력이 상승하면서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선 현재 틈새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외국인 금융시장을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핵심 타깃으로 설정하고 외국인의 정착 단계별 맞춤형 금융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보다 세분화된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의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역대 최대 규모인 265만783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1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구광역시(235만9159명)와 경상북도(252만2609명)의 인구를 넘어선 것으로 지방자치단체 규모까지 성장한 셈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21년 195만6781명·2022년 224만5912명·2023년 250만7584명·2024년 265만783명 등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유학생 수도 증가세다. 2020년 15만]3361명에서 지난해에는 26만3775만명까지 증가했다. 4년 만에 약 11만명이 늘어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거주 외국인 및 외국인 취업자 수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국내에 91일 이상 계속 거주하는 15세 이상 상주 외국인은 156만1000명으로 2023년 대비 9.1%(13만명)가 증가했으며 이 중 국내 취업자 수는 107만1000명(경제 활동 참여율 68.6%)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경제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2024년 국내 외국인 임금근로자 중 월평균 임금이 300만원 이상인 비율은 37.1%로 2023년 대비 13.3% 증가했으며 200~300만원 비율은 51.2%로 지난해보다 10.8%가 늘었다. 

이에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714만명이었던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2022년 741만명·2023년 776만명까지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800만명(813만명)을 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외국인 고객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677만2960명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말(643만6679명)에 비해 약 33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에 은행권은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를 통해 '대한외국인' 모시기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으론 외국인 전용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비롯해 특화점포·이동점포·여신 및 수신 상품·금융교육·캐시백 이벤트·입국 전 사전정보 등록 서비스 등으로 외국인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의 외국인 특화 점포는 모두 37곳으로 하나은행(16개)·KB국민은행(8개)·우리은행(5개)·전북은행(4개)·신한은행(2개)·광주은행(1개)·IBK기업은행(1개) 등이 운영하고 있다. 특화 점포에서는 외국인 고객 대상 일요일 영업·다국어 상담·통번역·계좌 개설·해외 송금·환전·모바일·인터넷뱅킹 온보딩·카드 발급·수수료 우대 및 전용 상품 가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당국도 외국인의 금융거래 활성화를 위해 제도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제8차 공정 금융 추진위원회’를 열고 ‘외국인 은행 거래 이용 불편 개선’ 과제에 대해 심의했으며 연내에 △중요 서류 외국어 번역본 제공 △모바일 앱 외국어 지원 확대 △외국인 특화 점포 안내 강화 등의 조치를 통해 외국인의 은행 거래 편의성을 제고하겠다고 발표했다. 

거주 외국인 증가와 함께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기조가 확대되면서 금융권의 '대한외국인' 유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남경 KB금영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거주 외국인 265만명 시대를 맞아 국내 금융기관에도 이들을 고객화할 수 있는 장기 성장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 고객을 부수적 시장이 아닌 핵심 타깃으로 설정하고 정착 단계별 맞춤형 금융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장기 고객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입국 초기→생활 안정→자산 형성→장기 거주’ 등 외국인의 국내 정착 단계에 따른 송금·대출·투자·보험 패키지 제공 방안 검토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 금융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해외송금 경쟁력 강화'·'외국인의 신용 공백 문제 해결' 등이 주요 핵심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핀테크 및 블록체인 기업과 제휴해 외국인 고객의 금융 니즈 1순위인 해외 송금 서비스 개선에 힘쓰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기관도 기술 및 네트워크 협력을 확대해 해외 송금 속도와 비용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 역시 다양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송금 속도·비용 부담·절차의 투명성 측면에서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고할 수 있도록 핀테크 및 블록체인 송금 네트워크나 해외 결제망과의 전략적 제휴 확대와 같은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의 제언이다. 

외국인의 경우 금융 및 신용이력 부족으로 인해 정밀한 신용평가가 어려워 신용대출을 비롯한 주요 금융서비스 접근에 제약이 있다. 특히 초기 입국자는 신용 이력 부재로 금융상품 이용의 제약이 있는 만큼, 금융기관은 외국인의 본국 신용 이력을 신용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외 개인신용평가기관 등과 연계해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홍용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신국 신용정보와 연계, 체류기간 변경·연장 정보 반영 등을 통한 평가모형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금융기관은 모바일 외국인등록증 기반 실명확인·다국어 금융서비스 제공·특화 점포 운영과 같은 개선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향후에도 지속적인 제도 보완을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김낭경 연구위원은 △특정 국적·문화권 고객의 금융 수요와 특성을 반영한 송금·대출·보험 패키지 등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 △탄탄한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해외 핀테크 기업이나 금융기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 다양한 분야로 금융서비스 범위 확장 △다국어 지원이 가능한 디지털 채널(앱·웹·챗봇), 영업점 안내 시스템, 다국어 계약서 제공 등 기본 금융상품·서비스 이용을 위한 인프라 개선 등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거주자 또는 근로자가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권에서도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에 은행권의 외국인 고객 맞춤형 서비스는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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