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와 대규모 공급 계약 잇달아
가격 경쟁력 높고 변동성 적어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유한양행(대표 조욱제)이 신약 개발 성과에 가려졌던 원료의약품(API)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단기적인 신약 매출 의존을 넘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넓히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길리어드)와의 API 공급 계약으로만 약 17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일 약 843억원 규모에 에이즈(HIV) 치료제 API와 지난달 27일 850억원 규모의 HCV(C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 API 공급 계약이 체결됐다.
이로써 유한양행은 한 달간 총 1693억원 규모의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을 확보하게 됐다. 지난 5월 약 890억원 규모 HIV 치료제 API 공급 계약까지 합치면 올해 누적 수주액은 약 2600억원이다. 이는 회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2조 678억원)의 10% 수준에 달하는 규모다.
유한양행의 API 사업은 길리어드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을 바탕으로 최근 수년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HIV 치료제와 HCV 치료제 등 주요 신약의 원료 공급이 실적 개선과 매출 확대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API는 제약사의 안정적 현금흐름을 책임지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완제의약품과 달리 글로벌 관세나 유통구조의 영향을 적게 받아 가격 경쟁력이 높고 생산·공급 구조가 단순해 변동성이 크지 않다. 또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꾸준한 매출 창출이 가능해 경기 변동이나 환율 리스크에도 상대적으로 견고하다. 특히 블록버스터 신약의 원료를 공급하는 경우, 해당 의약품의 특허 기간 동안 지속적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어 안정적 성장 동력이 된다.
여기에 원료의약품은 생산 효율성을 높일수록 단가 절감 효과가 커 고마진 구조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원료의약품은 단순 제조 부문을 넘어 제약사의 ‘숨은 성장 엔진’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길리어드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길리어드는 HIV 치료제 ‘빅타비’와 장기지속형 HIV 예방 주사제 ‘예즈투고’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예즈투고는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획득했고 호주·브라질·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아르헨티나·멕시코·페루 등에서 허가 절차가 진행 중으로 글로벌 시장 진입과 함께 유한양행의 원료의약품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발맞춰 생산 인프라 역시 공격적으로 확충 중이다. 유한양행의 API 계열사 유한화학(대표 이영래)은 현재 99만 5000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화성공장에 29만 2000리터 규모의 HC동을 증설, 오는 202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한다. 완공 시 유한화학의 전체 생산능력은 128만 7000리터까지 확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사업이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면 API 사업은 안정적인 가치를 보장한다”며 “유한양행은 길리어드라는 글로벌 톱티어 제약사와 장기 계약을 통해 최소 수천억 원대의 수익을 매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